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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루 강변의 멋진 할머니들

번외. 내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by 아미 씨

06. 도우루 강변의 멋진 할머니들


앞서 말했다시피 포르투에 있는 3일동안 앞뒤로 날씨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운데 반짝 맑았던 날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포르투의 경사진 언덕길을 내려와 겹겹이 건물로 막혀있던 시야가 뻥 뚫리며

도우루강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맑은 하늘, 새파란 강 주위로 옹기종기 모인 까페 골목들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간간히 지나가는 배 그리고 강 주변의 갈매기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강 주변은 까페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해외 각처에서 온 관광객들,

사진 찍는 사람들, 거리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거리상인들로 붐볐다.

나 역시 한껏 들떠 강을 따라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중 갑자기 나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강 주변의 나무벤치에 앉아 있는 두 할머니였는데

각자 담배를 손에 든 채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 중이었다.

내 눈을 끈 것은 두 할머니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이기도 했다.

한 분은 대담한 컬러의 미니스커트를,

그리고 한 분은

파란 모자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그리고 그를 덮는 치렁치렁한 까만 숄을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기에.


그러나 내가 눈을 떼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이 북적이는 공간과 완전히 분리된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무심한듯 그러나 온전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한 쪽과

그런 그를 바라보며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한 쪽.

그 나무 벤치 주위는 이 강변과 상관 없는 다른 시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한 여행객이 자기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터였다.


미래의 나와 내 친구의 모습이 그들을 닮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강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twoladies정사각.jpg




하드커버 양장본

식도락가 아미씨의 일러스트 기록

<EAT, DRINK, SPAIN!> 출간


http://aladin.kr/p/5o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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