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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Mar 26. 2020

3. 기후변화 미래 시나리오란?

박사 과정 연구 소개 3

3. Future Scenarios, 미래 시나리오.


지금 무슨 연구를 하는지 (스스로도 좀 이해해 보기 위해) 설명해 보는 저의 시도는,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화석원료 기반 사회를 바이오 기반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수많은 기술들이, 일부는 이미 존재하고, 많은 경우는 개발 단계 혹은 개발이 필요한 단계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분야에 어떤 투자를 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에는 앞으로의 수요가 어떨지, '언제' '얼마만큼' 바이오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할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렌드 보고서'등 현재의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들도 있지만, 작년 말, 혹은 올해 초만 해도 누가 COVID-19로 이렇게 전 세계가 마비될 줄 예상을 했을까. 이렇게 몇 달, 몇 년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앞으로 30년, 50년, 80년 (주로 2100년까지 예측을 하니까) 뒤의 미래를 현재의 지식과 사고방식으로 알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CNN (왼쪽)과 가디언지 (오른쪽)의 기사 제목들.

[기후 대재앙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밖에 시간이 없다]라던지, [2050년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극단적인 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뉴스를 가끔 보았을 것이다 (사실 가끔이 아니라 매일 엄청나게 많은 연구와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관심이 있어야만 보이는..).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 경고"나 "기후변화 보고서"가 이야기하는 이런 경고들은 많은 경우 기상예보 같은 "예측"이 아니라 어떤 미래들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해서 결과를 얻는다.


즉 단 하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여~러가지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들을,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구상해 보는 것이다.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 보고서는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에서 발행하는 보고서들인데, 이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이 '시나리오' 기법을  이용한다.

IPCC 보고서에 대해 보도하는 BBC(왼쪽)와 가디언지(오른쪽) 기사 제목들.

IPCC는 1988년에 UN 산하에 설립되었고 비정기적으로 평가보고서 및 특별보고서를 낸다. 해당 기구에 소속되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 발간 전 일정 기간 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기후변화 관련 최신 연구결과를 제출받고, 이를 기반으로 주요 저자들이 보고서를 작성한다.  


가장 최근의 평가보고서는 2014년의 5차 평가보고서이고, 이는 2015년 파리 협정의 주요 과학적 기반으로 쓰였으며 6차 평가보고서가 2021-2022년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의 최근 출판 보고서는 2018년의 지구 온난화와 섭씨 1.5도, 2019년 기후변화와 토지, 기후변화와 바다에 대한 특별보고서가 있으며 국제적인 기후변화 관련 논쟁 및 협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IPCC에서 다루는 연구들은 그 이전부터 시나리오 기법을 사용해 왔으나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시나리오들은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RCP)와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일반인뿐 아니라 과학자 정책결정자 기자들 등 여러 사람들 헷갈리게 하는 기법으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다른 포스팅으로 해 보도록 하자 (아직 헷갈려서..). 간단히 보자면, SSP는 공통사회경제 경로, RCP대표 농도경로 각각 사회경제적 양상 5가지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4가지에 대한 경로(이 경로들이 시나리오인 것은 아님!)를 정해놓았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매년 발간하는 World Energy Outlook

IPCC 외에도 수많은 보고서들과 연구 논문들이 시나리오 기법을 다루는데, 국제 에너지 기구 IEA가 매년 발간하는 세계 에너지 전망에 대한 보고서도 3개의 시나리오(현재 정책기반 시나리오, 새로운 정책 기반 시나리오, 지속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룬다.

시나리오 피드백 - 사회경제적 발전 양상과 기후변화의 관계

이미지 출처: SENSES Scenario Primer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에너지/환경 관련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법은 위의 그림과 같은 피드백 루프를 따른다. 일단 [사회경제적 발전 양상]을 '묘사(narrative)'하는데서 시작하여 (인구증감, 경제발전 상황, 사회 불평등 양상, 소비성향 변화, 식단 변화 등) 이를 수치화하여 경제 모델에 입력하면 [에너지와 토지 사용량]을 얻고, 이를 또 다른 모델에 입력하면 [온실가스 등 배출량]이 나오며 이를 기후변화 모델에 입력하면 [기온 변화나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 수치]가 나오고 이를 또 다른 모델들에 대입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피해 등)]을 얻으면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사회경제적 발전 양상]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휴..


모델링 없이 사회경제적 양상만 '묘사'하는 시나리오들을 다루는 연구결과나 보고서들도 많이 있는데 아래와 같은 세계 경제 포럼의 시나리오들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미래 시나리오들- 세계 경제 포럼 (World Economic Forum, WEF)

위의 그림에서 보면 효율적 자원 활용 - 집약적 자원 활용을 X 축으로, 세계 경제의 높은 연결성 - 낮은 연결성을 Y축으로 사분면을 그려서 각 사분면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보았다. 즉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사회는 지속 가능한 오픈소스 사회 (Open-Source Sustainability), 그 반대로 자원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며 세계가 분열된 상태는 부자들만 살아남는 사회 (Survival of the Richest)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각 시나리오들의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각각의 미래에서는 어떤 삶의 양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자원과 에너지, 토지 사용은 어떠하며 이로 인한 온실가스나 오염물질 배출이 어떠한 기후변화 양상과 어떠한 사회경제적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것인지, 이에 따른 식량 보급 및 소비 결과는 어떨지 해당 보고서는 묘사하고 있다.


이 4가지 미래는 모두 '허구의' 시나리오들이지만 이와 동시에 모두 다 '가능한' 시나리오들로 그 어느 미래가 다른 미래보다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수많은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 속에서 이 4가지 미래만이 가능하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그 어떤 미래도 가능하지만, 2가지 중요한 불확실성 (자원 활용의 효율성,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어떤 사회경제적 선택을 했을 시 어떤 결과나 나오는지를 '그려' 봄으로써 어떤 미래가 바람직할지, 바람직하지 않을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어떤 피해나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도표는 위에서 언급했던 IPCC의 SSP 5가지 경로들과 수천 개의 (!!!) 시나리오들인데.... 또 두서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다음 글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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