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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Jan 05. 2021

기후 변화, 도대체 왜 위기이고 생존의 문제라는 걸까?

기후 변화와 장마와 산불과 코로나 19

지난여름, 54일간 지속되어 유난히 길었던 장마.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인터넷에서 이 문구를 보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출처: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장마가 왜 장마가 아니라 (?) 기후위기라는 걸까? 더 이상 평소의 일반적인 장마가 아니라는 걸까? 길어진 장마와 기후위기는 어떤 관계라는 걸까? 기후위기는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와는 또 다른 건가?


나름 SNS를 뜨겁게 달군 이 해시태그에, 안부를 묻는 사람들마다 장마 얘기밖에 안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5개월 여가 지난 2021년의 초입인 지금, 장마로 인해 직접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재난을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유달리 길기는 했지만, 장마와 태풍과 물난리는 매년 어느 정도씩은 오고 매년 누군가는 조금씩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실 지난 2020년은 “재난의 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긴 장마 외에도 수많은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들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연초부터 계속되어 남한 면적 이상을 태운 호주와 캘리포니아의 산불, 그리고 최고기온 38도를 찍은 시베리아의 이상고온과 산불. 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수많은 역대급 규모의 물난리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뉴스들을 수없이 접하고 잠깐 안타까워하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재난이 있다. 코로나 19 판데믹은 발생 1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의 모든 면에 침투해 단순한 불편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2020년은 그저 지독히 운이 나쁜 해였던 걸까? 아니면 이 모든 재난들이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 걸까? 이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2020년 11월에 KBS “시사기획 창” 에서 방영한 코로나 19 특집:  2050 생존의 길은 장마와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코로나 19와 생태계 파괴가 결국 인간의 활동과 어떻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다뤘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단순히 북극곰의 생존이 위협받는 먼 곳에 사는 다른 종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니다. 긴 장마로 다른 지역의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다른 사람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며, 인류 전체의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영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하여 아래 글을 구성하였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란?


산업화 이후 (1850년대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인 혹은 지역적인 기후가 1-2년 단위가 아닌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변화하는 것으로, 그 용어 자체는 자연적인 변화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을 모두 포함하기는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이다. 



인류 문명이 번성한 지난 수천 년간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섭씨 약 0.5도 내에서 변화해왔다. 하지만 산업화 시기인 19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기온이 갑자기 폭등해 현재 산업화 이전 평균에 비해 1.1도가 올랐다. 물론 46억 년 지구의 역사에서 기온이 더 높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의 변화의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1만 년에 4도로, 지금의 변화 속도는 그때의 25배에 달한다. 



이러한 급격한 기온 상승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위 그래프에서 보듯 인구 증가와 주요 경제지표인 국내 총생산(GDP)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이 세 지표뿐 아니라 아래 그래프들에서 보이듯 사실상 모든 사회경제적 지표가 비슷한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연구자들은 이러한 경향을 “거대한 가속 The Great Acceleration”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출처: https://futureearth.org/2015/01/16/the-great-acceleration/


지구 온난화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증가해 일어나는 것으로 97% 이상의 과학자들과 각종 국가 연구센터에서 인간에 의한 지구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 중 반사되어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하는 복사에너지를 흡수해서 말 그대로 지구를 “온실”처럼 만드는 효과를 지닌 기체들이다. 주요 온실가스로는 화석연료를 태움으로써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와 가축사육과 농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CH4)이 가장 아래 그림에서 보듯 배출되는 양도 많고 온난화에 기여하는 영향도 크다. 이 두 기체 외에도 아산화질소 (N2O)와 F기체라고도 불리는 수소불화탄소 (HFCs), 과불화탄소 (PFCs), 육불화황 (SF6)이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감축 대상 온실가스로 지정되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https://ourworldindata.org/greenhouse-gas-emissions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는 이미 수십 년째 지속되어 왔다. 1988년에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진행상황과 그 위험에 대한 연구를 위하여 UN 산하에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설립되었다. IPCC는 주기적으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고서로 발표해 오며 4차 보고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위에 언급된 교토의정서 역시 이러한 과학적 연구 결과와 경로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감축의무를 합의한 내용이며 2015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파리협정이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와 합의가 행동으로 이어졌을까? 언론에서 기후변화 이슈는,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폭염, 태풍, 홍수와 가뭄 같은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마다 헤드라인으로 다뤄지곤 하지만 이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경우 선진국들의 의무적 감축 목표만 설정되어 다배출국인 중국 인도가 빠져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고, 그나마 포함되어 있던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등이 탈퇴를 하여 유명무실해졌다. 파리협정은 선진국만이 아닌 전 세계 국가들을 감축 대상으로 범위를 넓혔으나 각국이 자발적으로 설정하는 감축목표를 지켜야 할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외교부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비교 설명관련 기사


출처: 외교부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비교 설명 페이지


이처럼 수십 년째 (!!) 이어진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 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 빙하 면적 감소는 25년 전 IPCC의 2차 보고서가 전망한 예측 범위에서 최악의 예측 결과에 가깝게 관측되고 있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 한반도의 폭염기간은 지금의 5배, 벼 경작 적정 지역도 20% 이상 줄어들며 열대 감염병들도 국내에 토착화될 것이라고 한다 (IPCC 및 환경부 자료). 


하지만 이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재난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표면 온도는 섭씨 1.2도 상승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 (0.5도)의 두배 이상이다. 주변 환경이 변해도 이동할 수 없는 산호초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수온 상승이다. 산호초는 전체 바다의 0.1% 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생산성도 높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를 이루는 기초가 되는 생물로 전체 해양생물의 25%가 산호초와 함께 살아간다. 결국 삶의 터전이 되며 산호가 사라지면 이 생물들도 생존에 위협을 받고 해양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며 이는 결국 인간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해양 생태계의 문제와 이로 인한 피해는 아직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지만, 2020년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보여줬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의 약 20%, 호주 산불은 남한 전체보다 큰 면적을 시베리아 산불은 남한 면적의 약 35% 를 태웠으며 지금도 타고 있는 아마존은 피해면적이 집계도 안 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해도 심각하여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서는 홍수로 80여 명이 사망하였고 중국에서는 6300만 명 이재민이 발생하고 인도에서는 400만 명이 집을 잃고 방글라데시는 전 국토 면적의 ⅓ 가 침수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건조한 날씨와 이상 폭염이 계속되면서 산불이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해수온도의 상승으로 바닷물의 증발이 많아져 폭우와 태풍 발생도 잦아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2020년 여름의 긴 장마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컸다.  


일반적인 장마는 북쪽의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면서 이 둘의 온도 차이로 인해 한반도 위에서 비구름이 만들어지며 시작된다. 그리고 서서히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여 북상하면서 장마가 끝나는 것이 패턴이다. 그런데 올해는 동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초여름부터 시베리아 지역에 평상시와 달리 더운 공기덩어리들이 장기간 형성되어 대기 흐름을 막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극지방 주위에 벽을 형성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지방의 찬 공기가 그 사이로 내려오면서 한반도 전체에 거대한 기단을 형성하였고, 이 찬 공기에 가로막힌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처럼 밀고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길어진 장마의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뉴닉의 뉴스레터에도 짧고 쉽게 설명되어 있으며, 긴 장마의 원인과 기후위기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듣똑라 Ep. 108 (팟빵, 애플)에서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예년의 기단(왼쪽), 올해의 기단 (오른쪽)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5월에 3개월 뒤 기상 전망을 할 때 7월 하순부터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했지만, 북극과 동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큰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며 장마가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 요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찬 공기와 부딪히는 상황에서 비가 계속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왜 둘이 부딪히나’란 질문을 따라가 보면 기후위기라는 요인에 무게추가 실린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이상기후 현상에) 기후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전 국립 기상과학원장)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 바로 ‘기후위기’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해야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호우·폭염 등 똑같은 날씨가 며칠 동안 지속되는 이런 현상은 기후위기의 전조라고 볼 순 있다”라고 설명했다. - 기사에서 발췌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


이 모든 것은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재앙이며, 단순한 기후의 ‘변화’가 아니라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기후위기’라는 용어도,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기후위기 Climate Crisis 외에 기후 비상사태 Climate Emergency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는데, 세계 각국 정부나 지자체가 2019-2020년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6월, 전국 228개 지자체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였고 2020년 9월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출처: 시사기획 창 (왼쪽),  9개의 티핑 포인트 관련 네이처지 논문 (오른쪽)
Point of No Return이라 함은.. 돌아올 수 없는 지점


일정 임계점을 지나면, 인류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미노처럼 가속화된다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영구동토 해빙, 빙하의 유실, 산호 집단 백화 등이 일정 임계점을 지나면, 인류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미노처럼 가속화된다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 티핑 포인트(급변침)가 여러 개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5도씨 등 높은 온도를 넘어서야만 이 임계점을 넘는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낮은 온도에서도 이런 티핑 포인트들을 넘어설 수 있고, 심지어 이미 넘어섰을 수도 있는 티핑 포인트들이 있다고 한다. 즉 파리협정이 목표로 한 섭씨 2도 내로 평균기온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 임계점들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경고하는 9개의 티핑 포인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들을 참고하자. 


해당 네이처지 논문 Climate tipping points — too risky to bet against 


이 글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 그리고 기후위기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 19는 기후위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 외에도 기후위기에 대하여 책이나 영상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다면 아래 책과 영상 목록을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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