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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Feb 13. 2024

졸업, 취업,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

2023년 돌아보기 1


2023년은 큰 전환의 해였다. 요약하자면 가장 큰일은 프랑스에서 박사 졸업을 하고 네덜란드에 취업을 함! 동생의 결혼식도 있었지만 뭐..


일단 2월까지 프랑스에서 생활하다가 집을 정리했다. 짐과 가구를 혼자서 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아주 쉽지 않았다. 유럽에 와서 이사는 아주 많이 다녔지만 가구까지 빼서 집을 싹 비우는데 다음 집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는 걸 이제 깨달았다. 논문 마무리보다 단기간에 힘듦. 물론 논문 마무리는 힘듦이 마지막 몇 개월에 주욱주욱 걸쳐서. 인가 사실 어려웠던 거 이제 잘 기억도 안 난다.


이후 아직 논문 제출을 못 한 상태로!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가서 엄마 아빠네서 논문을 열심히 쓰고 3월 말에 드디어 제출했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와서 5월에 박사과정 디펜스를 성공해서 졸업을 하고 6월부터는 여행과 구직활동을 하다가 쉬엄쉬엄하다면 쉬엄쉬엄하고 빡세다면 빡세게 했다. 3개월 풀타임 구직활동 끝에 구직에 성공해서 10월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새 회사에 첫 출근을 하고 여태껏 잘 다니고 있다.


2023년을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정리해 보았다.


연구 & 공부


논문을 제출하고, 디펜스에 성공하고, 졸업했으니 이제 끝.. !!! 졸업장 서류를 영문으로 받아내는 것, 논문을 도서관에 제출하는 것, 이런 일들도 해야 해서 좀 번잡스러웠지만 지나고 보니 간단한 일이었다. 박사과정 소회는 이전 글들을 참고. 다만 박사과정 논문을 저널에 낼 페이퍼로 바꾸는 것은.. 8개월째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논문을 같이 쓰던 모임이 있어서 거기를 매주 가면서도 남의 글 피드백과 근황 수다만 하고!! 내 글은 10월에 겨우겨우 초록 하나 써서 피드백받고, 그 이후로 또 4개월간 방치하다가 오늘 모임에서 꼭 글을 내야 하는 차례가 되어서 (이미 한번 놓침) 초록을 수정해서 냈다. 너무 오랜만에 보다 보니 내 논문이 무슨 내용이었지 하고 상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지금 다른 분들이 피드백하는 동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후련하다. 피드백 궁금하지만 보기 싫어.. (보고 왔는데 엄청 많고 엄청 유익한데 잊고 있다가 주말에 다시 봐야지)


내 박사과정 논문은 3개의 페이퍼가 각각 하나의 챕터를 이루고, 앞뒤로 서론과 토론과 결론을 추가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 페이퍼 하나는 저널에 이미 개제가 되었고 (졸업 요건임), 2개는 각 저널 형식에 맞게 수정해서 내야 되는데.. 사실 뭐 이제 학계에 있지 않으니까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것은 애초에 저널 페이퍼를 목적으로 썼기 때문에 거의 완성이 되어서 초록만 써서 내면 될 것 같아서 내고 싶은데.. 내고 싶은가? 이게 나의 바람인가? 우리 지도교수도 전혀 연락이 없고, 알고 보니 12월에 출산을 했다고 하니 (아니 애들 너무 싫다던 사람이.. 알 수 없는 세상) 당분간 나에게 연락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약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어서 떨쳐 버리고 싶다. 내가 피드백 달라고 보냈는데 그쪽이 답이 없다, 그러면 그건 내 탓이 아니니까 (??!!).


연구 분야에 있어서 흥미로웠던 행사로는 Researcher Mental Health 관련 워크숍이 있었다. 이건 이 글을 쓰다가 길어져서 새로운 글로 포스팅을 했다. 학계의 구조적 문제와 연구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연구와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오고 있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워크숍이었는데 너무너무 좋았고 나도 뭔가를 해서 기여해야지!!! 하는 의욕이 샘솟았으니 2023년에는 아무것도 보태지 못했다. 글을 쓰다 보니 뭔가 너무 하고 싶어 져서 2024년에는 특별한 형식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뷰를 해서 내 블로그에라도 올려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커리어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에는 유럽을 돌아다니며 여행도 하고 주로 오래 못 본 친구들도 만나러 다니면서 풀타임으로 구직활동을 했다. 해외에서 하는 구직활동은 처음이라 이리저리 헤매기도 하고 지속가능성 분야의 포지션은 진짜 엄청 많아도 언어가 안되거나 비자가 안되어서 지원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지만 8월부터 오퍼를 받아서 9월에 확정을 하고 10월 16일부터 출근을 했다. 유럽에서의 구직활동 & 취업 성공기는 또 다른 글로 써야지.


첫 번째 출근도 아니고 이미 3n 살이니 출근 따위 별거 아니지 싶었지만, 그래도 뭔가 ‘직장인’으로의 출근은 10년 만이라서 아주 약간 걱정을 했다. 그런데 사실 박사과정도 사무실에 출근하고 동료들과 상사(=지도교수)가 있는 직장 생활에 가까워서 출근하는 것 자체는 꽤나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코로나 피크가 아닐 때에는 박사과정생과 포닥은 재택도 안되고 100% 출근을 해야 되어서 한국만큼 빡세다 싶었는데 지금 회사는 주 2일 정도만 출근하면 된다. 지원할 때 보니까 요즘 유럽 회사 중에 100% 재택 요구하는 회사 없더라.. 하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아무래도 일이 잘 되어서 된다면 매일 가고 싶다. 어차피 내가 매일 가도 다른 팀원들이 매일 오지 않지만. 집을 다른 도시에 구해서 그렇지 못하고 주 3일 정도 출근하는 게 아쉬울 정도.


박사과정은 내내 혼자서 하는 프로젝트를 지도 교수에게 1-2주에 한 번씩 피드백을 받고 다른 박사과정생과 박사 후 연구원들과는 큰 프로젝트의 다른 분야를 각각 하는 거라서 사무실에 가도 ‘같이 일한다'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렇게 매일 팀으로 일하는 거 너무 좋다! 재밌어!!! 혼자 다 하려는 게 아니라 같이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각자 잘하는 분야를 해서 합치는 게 나한테는 더 재밌고 잘 맞는 스타일인 것 같다. 또 일을 미룰 수도 없고.. 당장 해야 되는 일의 크기가 더 작게 느껴져서 잘 안 미루게 되기도 하고. 컨설팅 회사인데 프로젝트의 주기가 더 짧고 해야 할 일이 연구보다는 좀 더 명확한 편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긴 할 일이 안 명확해도 어쨌든 더 빨리 편단을 내려야 해서 그럴 수도 있고. 연구는 시간을 들이더라도 깊이 있게 모~~든 가능성을 보고 최고의 주제를 찾고 방법을 찾고 그런 느낌이라면 컨설팅은 일단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는? 나의 성격에는 이게 확실히 더 잘 맞는 것 같다.


재작년 (2022년)에 한국에 갔을 때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모아서 커리어 세미나를 기획하고 나는 인터뷰어로 참여했었는데 이번에는 나도 같이 패널로 참여해도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작게 할 거야.. 지난번에 너무 욕심내서 엄청 재밌었지만 빡셌다.. 그러고 보니 그거 기록도 아직 정리 못했네. 이제 해야겠다…. 여태 나온 모든 항목이 뭘 더 (마무리)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네로 끝나네. 일을 잔뜩 벌리고 잘 마무리하지 않는.. 마침 오늘 회사에서 첫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했는데 끝나니까 후련하지만 클라이언트에게 설문 보내고 우리끼리 마무리하는 피드백 모임 하려니 귀찮다. 프로젝트하면서 나도 그렇고 팀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방식에 대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떠올라서 너무 하고 싶지만 너무 귀찮다. 회사 일이니까 그래도 마무리를 잘하게 되겠지!!


아 그리고 커리어 스터디도 하고 싶은데. 작년인가 재작년엔가 읽은 ‘일의 철학'이란 책 좋아서 박사과정 중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거기 나온 워크시트같이 하는 모임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또 일을 벌이려고 궁리만 하는 중)


사이드 프로젝트와 모임


2022년 말 - 2023년 초 몇 개월간은 박사과정 막바지다 보니 프로젝트를 줄이고 줄여서 3월 말에 논문을 낼 때까지는 딱 하나 있었다. 모임도 근황토크 위주인 일요 글쓰기 모임만 하나 있었고 하나 있던 스터디는 하다 말다 했던 것 같다.


딱 하나 있던 사이드 프로젝트는 2022년 하반기에 얼떨결에 지원금이 되어 버린 ESG 실무 관련 연구 프로젝트였는데 논문 쓴다고 본격적인 일을 계속 미루다가 3월에 인터뷰를 바짝 하고 다행히 보고서는 논문 제출 이후인 5월에 했다. 정말 재밌는 주제였는데 시기상 논문 마감이랑 겹쳐서 마음처럼 잘하지 못해서 약간 아쉽네..


작년의 가장 큰 사이드 프로젝트인 기후변화 커뮤니케이터s(기커스)는 3월에 시작되어 10월에 끝나서 주로 딱 백수기간에 하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이것도 인터뷰를 하는 연구라 여름에 열심히 인터뷰를 하고 9월에 열심히 보고서를 썼지..


박사과정이 끝나고 나서는 다시 모임들이 슬금슬금 등장했다. 일요 글쓰기 모임 외에는 아주 느슨하게 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스터디를 계속하고, 구직활동하면서 영어 면접 스터디를 하다가 (엄청 큰 도움이 되었다!!) 면접들이 끝나면서 요새는 영어 스터디가 되었다. 그리고 정작 박사과정은 끝났지만 몇 년간 같이 초록 읽기 모임 하던 분들이 논문 글쓰기 모임을 시작해서 그래, 박사과정 논문을 페이퍼로 바꿔야지 하면서 야심 차게 들어가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남의 글 피드백만 함..(위에 논문 쓰기에서 언급한 모임!)


그래서 2023년 말에는 ‘프로젝트'는 더 이상 없고 스터디 두 개 논문 글쓰기 모임 두 개  이렇게 남았다. 사실 글쓰기 모임들엔 가서 남들 글 쓸 때 글은 안 쓰고 근황토크를 주로 한다. 그래서 한가한 것 같아서 올해 초에 회사에서 북클럽을 시작했지!! 아 이건 그럼 2023년 돌아보기 내용이 아니구나. 그래도 이미 썼으니까 써야지. 독일에서 인턴하고 석사 할 때는 내가 사는 곳에서 모임을 많이 해서 동네 친구들과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프로젝트와 모임을 주로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연구실 친구들 외에는 아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학기 산 적이 있지만 아주 예전이다 보니 친구 두 명과 플랫 메이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회사 사람들 다 너무 좋(은 것 같)지만.. 일은 일이고. 근데 회사 사람들 좋아서 친해지고 싶어서 회사 책 모임을 만들었다. 첫 회사에서도 책 모임을 만들었었는데, 직접 같이 일하지 않는 다른 팀 회사 사람들과 회사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었고 지금도 재밌다.           


글이 또 길어져서 이사, 여행, 인간관계, 건강, 책, 물건과 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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