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나를 무료로 공개한다

by 미완

요즘 내 하루는 단순하다.

잡코리아를 열고,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지운다.

5평도 안 되는 방 한 칸에 앉아 있으면,

문장은 늘지 않고 생각만 부풀어 오른다.

‘자기소개서’

나를 소개하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고,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더 모르겠다

어릴 때는 믿었다.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 하나쯤은

생길 거라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조언처럼 건넬 문장도

언젠가는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선명해진 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었고,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얼마 전

‘제 일상을 무료로 공개합니다.’라는 문장을 보았다.

처음엔 어딘가 이질적이라고 느꼈다.

예전에는 특별한 하루만 기록했고,

평범한 날들은 흘려보냈다.

그런데 이제는

일상 그 자체를 드러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 문장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도

결국 비슷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내 삶을 요약해 건네고,

아무 대가 없이

평가를 기다리는 일.

수백, 수천 장의 자기소개서 사이에서

‘쓸 만한 나’를 골라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경쟁력 있는 경험만 추려

조심스럽게 문장으로 옮기다 보면,

지나온 시간 대부분이

탈락 처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인사 업무 보조를 하며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본 적이 있다.

업무 특성상

6~70대 고령자를 채용해야 했고,

지원자 대부분은

한 가정을 책임지고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력서는

경력 칸이 모자랄 정도로 빼곡했고,

자기소개서는

살아온 시간만큼 묵직했다.

십수 년의 노동과 책임이


몇 초 만에 화면 밖으로 밀려나갔다.

그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삶이 이렇게 간단히 요약될 수 있고,

이렇게 쉽게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젠가 나 자신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본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나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 채

자기소개서를 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글이 나를 증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어떤 질문 앞에 서 있는지는

숨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나를 무료로 공개한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삶을

몇 장의 문장으로 내어놓으면서.

그리고 어쩌면

이 연습이 끝났을 때쯤에야

비로소

나를 유료로 설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