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내가 잠들면 세상도 멈추는 줄 알았다.
세상은 나를 위해 움직였고
나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었다.
-드라마 <청춘시대> 중에서-
세상 모든 것은 오직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나만의 완벽한 세트장 안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내 인생이
‘트루먼 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내가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워도
다음 날 아침의 태양은 무심하게 떠올랐고,
내가 자리를 비워도 세상은 너무나 평온하게
잘만 돌아갔다.
나를 위해 비를 내려주던 조명 감독도,
내 모든 슬픔에 귀 기울여주던 열광적인 관객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 라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것만 같은 기분.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고작 지나가는 행인 1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한없이 초라해졌다.
트루먼이 가짜 하늘 벽에 배를 부딪혔을 때 느꼈을
상실감이 바로 이런 것일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사라졌지만
이제 나는 내 삶의 유일한 ‘진짜 관객’이
되어 내 하루를 오롯이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대단한 사건도, 반전도 없는
잔잔한 일상이지만 상관없다.
타인의 시청률에 연연하는 조작된 대본 대신,
서툴지만 직접 쓴 문장들로 내 하루를 채워가고 있으니까.
세트장 문을 열고 나가며 트루먼이 남긴 마지막 인사처럼,
언젠가 나도 나의 마지막 회차에서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싶다.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