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연애를 꽤 성실하게 했다.
출근하듯 만났고, 퇴근하듯 돌아왔다.
상대의 일정에 맞춰 하루를 조정했고,
감정이 흔들리는 날에도 빠지지 않고 출근했다.
그때는 그게 노력이라고 믿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관계에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대충 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열심히 했다.
그런데 연애는 이상하다.
분명 시간도 쓰고, 감정도 쓰고,
나름의 기술과 요령도 쌓이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력서 어디에도 쓸 수 없고,
경력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그때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라는 문장은
면접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돌아온다.
“그 공백 기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던 시간이
왜 이렇게 설명 불가능한 시간이 되었을까.
연애는 이상하게도
열심히 할수록 더 사적인 일이 된다.
몸과 마음을 더 많이 내어줄수록
공적인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누군가의 하루를 챙기고,
말 한마디에 하루 기분이 좌우되고,
사소한 다툼을 곱씹느라
밤을 몇 번이나 지새웠던 시간들.
그건 분명 나를 바꾸었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법을 배웠고,
말을 고르는 습관이 생겼고,
사랑이 늘 행복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가끔은 억울해진다.
왜 이건 전부 개인의 성장으로만 남아야 할까.
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배운 것들을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지나쳐야 할까.
어쩌면 연애는
경력이 되지 않아서 더 진심으로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성과로 환산되지 않기 때문에,
평가받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관계 그 자체로만 남기 위해
더 애써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쉽게 비난하지 못한다.
아무 의미 없던 시간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경력란에는 쓰이지 않지만,
분명 나를 지나쳐 간 시간이었으니까.
경력도 안 되는 연애를 너무 열심히 했다는 말은
사실 이런 뜻일지도 모른다.
쓸모로 따지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한때 전부 걸고 살아본 적이 있다는 것.
그게 어떤 날에는
조금 부끄럽고,
어떤 날에는
꽤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