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아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

by 쵬개



초심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열심히 노력하는 신입사원이 되자고 다짐했었다. 돈을 버는 것에 감사하자고 생각했다. 일 잘하는 멋진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놈의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호구 만드는 회사였다.




잘하면 그래도 알아주겠지

열심히 하자는 단계를 지나, 그냥 잘하자 라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 잘하면 그래도 알아주겠지. 설마 사람들이 그걸 모르진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회사는 멍청이였다. 잘하는 사람보다 입을 잘 터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았다.

처음 들어갔던 팀에선 스타일이 정반대인 두 명의 사수가 있었다. (한 명은 사수라고 부르기도 뭐하다. 그가 나한테 알려준 거보다 내가 알려준 게 더 많았다) A는 머리 좋고 일 잘하고 심지어 많이 하는데 아부를 잘하지 않는 표정이 항상 무표정한 사람이었고, B는 항상 요리조리 일을 피하고 미루고 잘하지도 않는 말만 많은 사람이었다. 놀랍지도 않게 평판은 입을 잘 터는 B가 가져갔다. 그는 말을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하고 다녀서 사람들은 그가 일을 미루는 A 대신에 엄청 많은 일을 하는 듯한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 실질적으로 그 둘과 일하지 않은 사람은 진실을 모를 정도였다. 안 그래도 일이 A한테 몰리는 상황에서 평판까지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완전히 한쪽만 일하고 평가는 B가 다 받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 회사는 그랬다.


우리 회사의 명언들

같은 초심을 가진 시기를 거쳐 지금까지 함께하는 동기들과도 항상 하는 말이 있다.


- 일 열심히 하면 호구

-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일한다

- 일 안 하는 사람이 진정한 위너다

- 일 잘해도 일 못하는 척해야 한다

- 빨리 해결해도 바로 보고하지 않고 먼저 물어볼 때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

- 한번 노예는 영원한 노예

- 업무 경계가 애매하면 일단 아니라고 한다.


이게 정상적인 회사 문화인가.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호구가 될 뿐이고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만 편하게 다니는 게 당연하다니


일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축복이다

언니가 서점에 갈 때마다 일 잘하는 법에 대한 도서를 구입할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든다. 처음에는 놀랬다가, 그다음엔 부러웠다. 나는 지나갈 때마다 제목을 보고 나는 일 잘하고 열심히 하기 싫은데? 저런 걸 왜 봐 라며 바로 지나쳤던 그 책들은 언니는 유심히 보고, 고르고, 구입해서 읽었다. 여기서 드는 괴리감이란. 우리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전문적이지도 않고, 언제나 대체가 가능하고, 열심히 잘해봤자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언니는 저렇게 열심히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구나. 또 저렇게 이직의 길도 열 수 있겠지. 발전하고 있구나. 나는 머물러 있을 뿐인데. 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정리 안 되는 글의 마지막 문단

물론 내가 다녔던 곳에서도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을 나는 인재라고 부른다. 적당히 일 미루고 일 많이 하는척하고 정치 잘하고. 뭐 좋은 말이 안 나오네. 불쌍하게도 인재들을 대신해 잡혀서 회사에 몸을 불사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둘의 어느 쪽도 될 자신이 없어서 탈출했다. 벗어나고서야 정신적으로도 회복할 수 있었다. 부디 나도 빠른 시일 내에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사장님이 되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겠지?




결론 : 빨리 사장님이 되자






언제나처럼 두서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아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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