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2009년 1월에 새해를 맞이해서 어학원 사람들과 팍상한 폭포와 88 온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마닐라 교외 지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곳이고, 뜻깊은 추억을 만들만한 곳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가길 추천한다.
10년 전 팍상한 폭포와 88 온천 숙박까지 1인당 경비가 15만 원 정도(운전기사 포함)였고 현재도 20만 원 안쪽으로 패키지가 구성되어 있으니 바가지 쓰는 일은 없도록 하자.
필리핀 같은 경우에는 역주행도 많이 하니 본인이 운전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어딜 가든 문제가 생길 시 외국인들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필리핀 대학교 졸업한 친구가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데 한화로 20만 원 정도 월급을 받는다. 20만 원이면 결코 싸지 않다.
마닐라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대중교통 이용할 수 있겠지만 팍상한은 대부분 가족 또는 단체여행이므로 벤을 타고 이동하는 편이 좋다.
필리핀은 교통사정이 열악하여 30~40킬로도 1시간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략 10시쯤에 도착한 것 같다.
팍상한은 엄청난 관광지이기 때문에 점심쯤에 오면 대기도 해야 하고, 사람이 너무 많다.
일찍 서둘러서 여유러움을 즐기는 편이 낫다.
카누 조종사라고 해야 할지 여행 도우미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 꾸야 등에 붙어있는 번호는 등록번호라고 하는데 이 지역에 이 직업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이 수천 명이라고 했다.
좀 더 자세하게 하루에 몇 번 하는지 생활이 되는지 물어봤더니 한 달에 2번 정도 하는데 가족들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2번 말고 조금 더 하면 좋지 않냐" 물었더니 이따가 설명하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2번도 많다고 했다. 나도 저 때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따라만 갔기에 저분들이 카누를 들고 산을 탈지는 꿈에도 상상 못 했다.
연세도 꽤 있으셔서 이렇게 앉아서 가도 될지, 미안하단 생각도 많이 들었다.
여하튼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출발~
선두에 모터 카누 한 대가 줄줄이 밧줄로 이어서 산 초입까지 간다.
물이 좀 더러운데 필리핀은 배수시설 및 정화시설이 좋지 않아 생활하수가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꾸야'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한국말로 하면 삼촌이나 아저씨 정도이다.
친근함의 표시이니 헤이라고 하기보단 꾸야(남자), 아떼(여자)로 표현하면 훨씬 좋다.
매체에서 필리핀 이미지가 안 좋게 표현되는데 친절한 사람이 훨씬 많고 대부분 굉장히 긍정적이다.
마냥 좋은 날이다.
해외나 국내나 여행의 참맛은 저런 평화가 아닐까 싶다.
편안한 옷차림,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들, 허락된 자유 등 다시 피부로 기억나니 행복하다.
이렇게 꾸야들이 소리 지르고, 신음 내면서 올라가는데 내려서 도와도 되냐고 했더니 그럼 자기들이 더 힘들다고 막 움직이지만 말고 최대한 가운데에 뭉쳐달란다.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도와준다 하면 더 짐이 될 때가 있으니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 미안한데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카누가 올라가는 느낌이 또 즐거웠다.
주의할 점은 지금은 이른 오전이라 올라가는 카누만 있는데 점심만 돼도 카누가 올라가고 내려오니 손은 꼭 본인 다리나 배에 위치해야 한다 카누 양옆을 잡다가 카누끼리 부딪친다면,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여긴 팍상한 폭포 중간지점인데 꾸야들이 잠시 목을 축이는 곳이다. 사이다와 콜라 등 개당 천 원 정도 하니 고마움의 표시로 사드리면 정말 좋아하신다.
안타깝게 폭포 정상 사진이 소실되었다.
팍상한 폭포에 가면 작은 동굴이 있는데 조그만 뗏목을 타고 폭포를 한 10초 정도 맞고 나온다.
즐겁고, 아프고, 왜 하나 싶기도 한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거 보니 꼭 체험하시길.
내려올 때는 꾸야들이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다.
내려가는 물이 있으니 살살 밀어서 밑에까지 내려오는데 엄청 즐거워한다.
2주 동안 쉴 수 있으니 좋을 만도 하다.
즐거운 팍상한 폭포 체험은 끝으로 하고 88 온천으로 이동했다.
여긴 엄청 유명한 곳인데 한국 사장이 운영을 했다.
지금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또한, 책임관리자는 필리피노였는데 한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말을 엄청 잘했다. 이 분은 아직 계실 것 같다.
88 온천은 한국 워터파크와 비슷한 시설로 되어있다.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산책하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 후회하지 않는다.
수영장도 꽤 괜찮아서 저 날 물 엄청 마셨다.
오후 5시쯤에 도착해서 그런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는데 아침부터 즐겨도 괜찮은 곳이다.
브런치에 글을 계속 작성하면서 지난 기억들이 떠오르고, 행복한 감정이 드는 나날입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