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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덕 Jul 08. 2019

멀티플레이어? 프로들은 포지션이 있다

감언이설, 우리 회사는 여러 가지로 배울게 많아요


"우리 회사는 배울게 참 많습니다" 이 말은 해당 직원이 퇴사하거나 부재 시 우리가 그 일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여기저기 땜질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얇은 지식으로 배우고, 경험한다고 프로가 되지 않는다. 이것저것 얇게 경험해서 프로가 되었다면 대기업 직원들은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곳을 오기 전에 중견기업에 다녔었는데 퇴사 이유는 주중에는 회사에서 살았고, 그러다 보니 아들은 항상 자고 있을 때 만났다. 자연히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빠인 나하고는 주말에만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만큼 대기업 외에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강요한다.


영업직으로 근무한 지 7년 차이지만 아직도 영업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현실은 참으로 열악하다. 중견기업 이하의 제조업들은 직원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일의 양보다 많지 않다. 항상 타이트하게 직원을 보유하거나 그보다 부족하게 할당하여 부담을 가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튕겨져 나가는데 그 튕겨진 자리가 바로 충원이 되지 않고, 물레방아처럼 계속 돌고 돈다. 이러다 보면 일에 전문성도 떨어지고, 중요한 내용도 사라지거나 기록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최고경영자들은 항상 강조한다. "여러분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마시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어 더 발전을 이룩해야 된다"라는 설득력 없는 연설만 늘어놓는다. 당연 현재 근무하는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전 직장은 매출액도 7천억이 넘는 작지 않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영업사원인 나에게 품질, 개발, 설계 등 모든 것을 마스터하기 원했고 그러다 보니 영업사원인 내가 고객과 영업활동보다는 내근으로 서류 작업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걸 마스터시켜서 완벽해진 영업사원이 영업을 하길 바란 것인지? 원가절감 차원으로 3~4명의 몫을 한 명이 하길 바란 것인지? 만약 모든 부서의 일을 아우르는 사람이라면 과연 계속 남아있을까?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도 없고,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한테 배웠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학과 선후배들과 풋살동호회를 만들었다. 토요일 오전, 오후에 활동하는 것으로 졸업 전까지 활동했었다.

처음 동호회가 결성되고 포지션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타 팀들과 친선경기를 하면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이긴 날에도 깔끔히 이겼다기보다는 구겨 넣은 기분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팀들에게 승리했으니 항상 기분은 찝찝했다. 그러다 같은 학교 친구 중 한 명인 사체과 친구가 떠올랐다. 바로 달려 나온 사체과 친구는 한동안 우리가 하는 경기만 바라보았고,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훈이는 준혁이가 공을 잡으면 무조건 좌측 앞으로 뛰어, 네가 달리기가 빠르고 침투력이 좋으니깐 수비는 하지 말고, 하프라인 쪽에서 지역방어만 해줘", "상철이는 시야가 좁으니깐 공을 빼았으면 무조건 골키퍼 쪽으로 패스해, 민준이는 상철이가 패스해주면 중원에 있는 수민이한테 패스하고" 사체과 친구의 조언을 듣고 축구경기에 다시 임하니 역시나 결과는 좋았다.

그동안 우리들은 멀티플레이어처럼 번갈아 가며 공격, 수비, 미드필더 등 열심히 뛰어다녔다. 당연 호흡은 맞지 않고, 포지션이 변경될 때마다 어디다 패스를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체과 친구는 개인별 특성을 파악해 잘하는 것만 주문했다. 잘하지 못하는 것은 포기하게 만들었고, 강한 부분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지휘하던 경기를 보면 정말 놀랍다. 원래 운동경기는 한번 전세가 기울거나 지고 있을 때는 역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역전승이 가장 짜릿하고 명승부로 남는 이유 중에 하나인데 그런 경기를 수도 없이 만들어 냈다.

선수가 좋아서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도 엄청 화려하다. 그렇지만 성적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퍼거슨은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15분 정도 남기고 본인이 초반에 만든 전략의 판을 뒤집는다. 그리고 선수 본연이 가장 잘하는 능력을 발휘시킨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멀티플레이어가 되라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었다. 하지만 난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최대치의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 한정된 개인능력을 원치 않는 곳에 소비하고 싶지 않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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