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덕 Jul 01. 2019

중독의 최고점, 카지노 도박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

때는 2008년 한창 시드니에서 세차장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 10시간 내내 아스팔트에서 튄 타르와 보닛에 묻은 곤충들을 쉴 틈 없이 닦으면서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동료가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힘들지 않아요? 날도 덥고 우리 일 끝나고 놀러 갈까요?"

"집에 가서 라면 먹고 빨리 자고 싶네요, 놀러 갈 힘이 있나요?"

하루에 자동차 100대가 넘어가면 지칠 대로 지쳐 그냥 집에 가서 자고만 싶었다.

"우리 하루 종일 일해도 100달러 벌기도 힘들잖아요. 그러지 말고 이따가 저랑 카지노 가요"

카지노? 내 인생에 해외에서 산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카지노를 간다는 것은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한 적도 없었다.

"우리도 입장할 수 있나요?" 영화에서만 보던 카지노라 정말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인지 궁금했다.

"당연하죠. 왜 못 들어가요" 순진하다는 식으로 웃으면서 말한다.

"네, 궁금해요. 가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승사자의 인도를 받으며 타락의 문을 열어버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처음 경험해본 게임은 블랙잭이다. 딜러와 경합하는 게임으로 카드 숫자 조합이 21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도박이다.

간단하지만 하면 할수록 나름 전략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다량의 공략집과 서적들이 존재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런 필승전략이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서적을 보고 공부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참 부끄럽다.

카지노 미신 같은 것이 존재하는데 카지노 첫 방문에는 무조건 승리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맛'을 보게 해서 재방문율을 높인다는 말인데 난 30달러 잃었었다.

동료는 이런 일도 있냐면서 처음 오면 무조건 돈을 따는데 미안하게 됐다면서 밥을 사줬었다. 하지만 30달러 잃는 과정에서 승리와 패배가 공존했으며 이때 그 '맛'을 알게 되어 버렸다.

"선악과를 먹어버렸다"



다음날, 세차장에서 일하는데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 하루 종일 일해도 100달러인데 카지노에서는 5분이면 200달러, 아니 300달러도 금방이구나", "잘 공략한다면 굳이 힘들게 이 땡볕에서 일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프로 도박사가 되려고 했던 것인지 그땐 참 어렸던 것 같다.

서양 사회는 대부분 주급으로 생활한다. 이것이 나에겐 큰 문제였는데 주급을 받으면 저녁 늦게라도 카지노에 갔다.

멍청한 어린이가 푼돈 들고 벌면 얼마나 벌겠는가? 대부분 잃지만 또 망상에 젖어 다시 카지노로 발길을 옮긴다.

그렇게 삶의 질은 떨어지고, 어떠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나는 항상 머릿속에 카지노 도박 시뮬레이션과 한탕주의에 빠져 중독자가 되어갔다.


다수의 방송에서 도박중독에 대해 취재한 내용들이 많다.

충격적인 내용들과 도박중독자들의 생활 등 굉장히 과장된 느낌을 받지만 난 100% 진실로 본다.

내 글로 인해 조금이라도 카지노 도박에 대해 위험성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하우스는 항상 이긴다"

카지노에선 패배가 증가할수록 이성을 잃고 맹목적으로 더 큰돈을 배팅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 분들이 하는 말은 "딜러의 기를 죽여버려야 한다"라고 하는데 기계에서 기계적으로 카드를 뽑아 게임 진행하는 사람들인데 기가 죽고 사는 게 게임에 영향이 있을까?

카지노 사기라고 해서 해외 카지노 딜러들이 손장난 하는 동영상들이 종종 있지만 '카지노 에지'라고 해서 처음부터 카지노에서 가져가는 승리 확률이 엄청 높다. 가령 반반의 확률이라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한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닌 몇 시간 동안 하기에 결국 플레이어의 확률은 1% 미만이 된다.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러 가는 것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게임이다.

풍문으로는 카지노 설계 시 바닥에 칼날, 유리조각 등 뾰족한 것들과 같이 콘크리트 한다는 말도 있고, 카지노 건물은 대부분 뾰족한 외형으로 건축된다.

플레이어 기를 죽인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배팅액이 증가된다"

처음에는 대부분 최소 배팅액으로 시작한다. 돈도 많이 없을뿐더러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 반, 즐거움 반 그런 마음으로 게임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에 대해 굉장히 무뎌진다.

카지노에서는 칩을 사용하기에 더욱 돈에 가치는 떨어지는 것 같다.

가령 외식을 한다고 했을 때, 아직도 소고기는 비싼 축에 속하며 4인 기준 가족이 배불리 먹으면 20만 원은 넘게 지출된다. 당연 외식 한 번에 20만 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지노에선 20만 원은 푼돈이다.

배팅액이 증가한다는 건 시간문제이며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카지노 도박할 때 도파민이 증가하고 심장박동수가 엄청 올라가는데 이런 신체적 변화를 느끼려면 이전의 자극보다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 자극제가 배팅액 증가이다.

만약 엄청난 돈을 계속 배팅하는 사람을 목격한다면 그 사람이 부자여서가 아니라 환각제를 찾는 사람 일 것이다.



"승패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패배자"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 같이 카지노 도박으로 돈을 벌 수가 없다.

'만에 하나'보다는 9.999명은 다 쓰러져 나간다. 매일 조금씩 돈을 따든 어쩌다 한 번 큰돈을 만지든 부자가 되겠는가?

승리한 날은 신나게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내일 전투를 위해 고이 모셔뒀다가 이자를 더해 다시 하우스에 돌려준다.

도박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돈을 따면 자랑을 많이 한다. 토토, 카지노, 경마 등 승리했다면 "오늘 얼마를 벌었다", "역시 분석이 잘 되었다" 등 하지만 패배자를 늘 말이 없다.

간단하게 강원랜드는 매년 매출액이 상승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식음료가 많이 팔려서일까?



살기가 팍팍해질수록 도박중독률은 높아진다고 한다.

현재 주변 사람들을 보면 특히 토토와 카지노 도박을 많이 하는데 10년 전 내 이야기를 들려주며 결국 패배한다라는 말을 해줘도 가끔 승리하는 그 짜릿함에 매일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경험자보다는 비 경험자를 위해 쓴 글이며 혹여나 구경삼아, 재미를 위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자신과 마주하게 되니 처음부터 발걸음 안 하시길 바랍니다.



* 에필로그 

아르바이트를 하여 약 200만 원 들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20대 초반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꿈도 창대했다.

하층민들이나 하는 세차장 일을 하면서도 굉장히 즐거웠고, 나만의 계획을 세워 하나씩 돌파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저승사자의 인도로 3개월 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시간은 흘러갔다.

대학교 복학이 2달 남겨둔 상태에서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아, 미안한데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등록금 마련하기 어렵구나, 호주에서 1년 더 생활할 수 있겠니?"

2008년에서 2009년에 사이 발생한 금융위기였다. 아직도 더블딥이라는 말이 방송에서 나오면 무섭다.

그렇게 난 호주인들이 기피하는 고기공장으로 떠나며 드디어 환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에 대한 과거,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글을 연재하고 있으니 참조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기생충' 기우가 나인듯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