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부자의 시각 자체를 생각할 수 없었다
영화 '기생충'의 기우를 보면서 굉장히 불편함과 동시에 나의 모습도 보였다.
예고편도 보지 않고 영화관을 찾았고, 단지 와이프가 보고 싶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했다 처음에는 가난한 기우 가족과 부자인 동익 가족에 대한 블랙코미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기우가 하는 행동들이 꼭 나와 닮았다.
항상 그럴싸한 계획을 생각한다. 19년도에 들어서 나에게 있어 가장 바뀐 점은 생각과 행동을 동시에 하거나 행동을 먼저 하고 생각한다.
대부분 행동 먼저 하는 사람들을 무책임하거나 계획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 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변에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비전과 향후 미래는 굉장히 좋은 경우가 많지만 몇 달 후 다시 질문해보면 갖가지 악재와 변명 아닌 변명으로 흐지부지해진다.
계획이 완성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게 실행이다.
영화 속 기우도 계획이 생기자마자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나 또한 생각을 많이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기우의 아버지는 "무계획이 계획이다"라고 하는데 굉장히 공감되는 대사였다.
인생이란 게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 처한 상황마다 처세술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진중한 생각을 크게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삶의 질적인 면에서는 비교적 높아 보인다.
"달리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달리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수석이 지니고 있는 정확한 의미를 헤아릴 수 없지만 끌어안고 자는 모습을 보면 강박증세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는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석을 사용했는데 나 또한 그런 강박증이 항상 따라다닌다.
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으면 결벽증이 굉장히 강해진다.
회사일로 부담을 느끼면 아침 샤워하면서 화장실 청소가 마음에 들 때까지 닦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정말로 화장실이 더러워서 씻어내기보다는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럽기에 그런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애를 썼던 거 같다.
기우가 수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피를 많이 흘러 극 중에서 죽은 줄 알았다.
그때 난 그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표현하는 줄 알았지만 기우는 살았고, 그 강박증은 계속 따라다녔던 것 같다.
그것이 경제력이든 동생의 죽음이든.
반지하에 살았던 적은 없지만 돈이 없던 대학시절 유치원을 개조해서 만든 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유치원을 개조했으니 얼마나 오래된 건물이었을지 상상에 맡기겠다.
내생에 처음으로 추워서 잠을 못 잤던 날이었다. 한 겨울 군대에서 초병근무를 서도 중간중간 기억을 끈을 놓쳤었는데 외풍과 단열이 되지 않던 방은 3월인데도 불구하고 한숨을 못 자게 했다.
전기장판 대신 몇 만 원 하지 않는 전기 이불로 벗어나려 했지만 최대 화력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조금은 다른 상황이지만 기우 가족은 간신히 동익의 집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비가 엄청 내리던 장면이 있었다.
7년 전 지방 외곽지역으로 면접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면접이 끝난 후, 회사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 내리던 날이었다. 당연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외곽지역까지 갈 때도 버스를 여러 번 타고 도착했었다.
간편하게 콜택시 부를 수도 있었지만 당장 직업이 없어 한 푼이 아쉬웠다.
싸구려 양복이라 세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장대 같은 비를 맞으며 당연 좋은 생각보다는 우울감이 넘쳐났다.
희망연봉이 얼마냐는 물음에 2,400만 원이라고 답하니 한숨을 쉬며 다이어리를 덮는 면접관의 얼굴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기우의 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집에 돌아와 보니 홍수가 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을 보고 진심 영화관에서 나오고 싶었다.
가상현실 속에 이야기지만 그냥 답답하고 먹먹했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기사나 블로그를 검색해봤다.
불편했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고, 당연 불편했을 것이다.
본인들이 기생충 같다는 생각을 은연중 했을 것 같고, 극 중 장면들에 나와 같이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놀란 내용은 본인의 위치에 따라 그 영화가 달리 보인다는 것이었다.
부자들이 영화'기생충'을 보면 "하층민에게 내가 저런 일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점이다.
사실 동익은 기우 가족에게 크게 실수한 적이 없다. 고용주의 위치에서 기분을 상하게 한 점은 있지만 살해당할 만큼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기우의 가족들이 만든 비극이지 그전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 위치에서 잘 살고 있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도 글을 작성하고 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