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없는 간절한 목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
개최 전부터 말도 많고, 관중도 없는 초유의 올림픽이었고, 혹자는 근래 들어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올림픽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태까지 보았던 올림픽 중 가장 몰입했던 올림픽이었다.
왜 나는 그렇게 선수들의 움직임, 표정, 그리고 경기 결과에 몰입했을까?
선수들이 메달을 딴다고 나에게 금전적인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에게는 없는 간절한 목표가, 선수들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되고 보니, 목표가 사라졌다. 기껏 해봐야 돈을 더 버는 것. 그게 내 목표가 되어버렸다.
10대일 땐, 좋은 대학교를 가는 게 목표였고, 대학생일 땐,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게 목표였다.
고3 첫 수능을 망치긴 했지만, 난 이듬해 수능을 또 볼 수 있었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에는 1년의 재수 기간만 투자하면 됐다.
만약 재수도 망쳤다면, 또 1년의 시간을 들이면 됐다. 수능은 매년 있는 시험이었고, 이는 내겐 매년 기회가 온다는 뜻이었다.
첫 취준도 실패했었다. 여러 기업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항상 끝에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나에겐 역시 기회가 계속 있었다. 하반기 취업에 실패했으면, 상반기에 공채가 열리는 기업에 쓰면 됐고, 수시채용으로 열리는 곳에 써도 됐다. 취준 2학기째에도 난 최종 합격 하나 하지 못했지만 나에겐 되돌아오는 하반기 공채시즌이 있었다. 심지어 여러 기업을 동시에 쓸 수 있었다. 나에겐 기회가 자주 돌아왔고 많았다. 나는 수많은 기회 중 하나만을 잡으면 되는 게임이었다.
취업을 하고, 직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 더 이상 나에게 나에게 목표가 없었다. 목표가 없으니,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었다. 왜 내가 그런 노력을 해야 하지?
승진? 어차피 나에겐 4년 후에나 대리 승진의 기회가 있다.
주재원? 어차피 대리, 과장을 달아야 지원이나 해볼 수 있다. 5년, 10년 후의 목표를 바라보기엔 성격이 급한 나에게 너무 먼 미래였다.
재테크? 주식을 나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목돈을 마련하고 내 집을 마련하기엔 너무 멀었다. 내가 버는 것보다 부동산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른걸?
이직? 이직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나에게 있어 '직장'은 목표가 아닌 지 오래다. 이직을 하고 싶긴 하지만, 해봤자 똑같은 월급쟁이인 걸!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4년에 한 번뿐이 없는 기회를 잡기 위해 3년간 노력해왔고, 또 메달 혹은 개인 신기록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국제대회는 매년 있을 수 있겠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 4년 뒤에나 오는 기회. 바로 올림픽. 그렇기에 더욱 간절해 보였다.
아마 몇 년 전의 나였다면, 메달리스트에게 더 기뻐하고, 감동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나는,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미련이 없다는 표정의 선수들에게서 더 큰 감동과 벅참을 느꼈다.
목표 없이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나이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서 대리만족을 느꼈나 보다.
목표를 이뤄낸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그 열정을 가지고 싶었나 보다.
다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야겠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