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말을 들게 될까봐 내심 긴장하게 됩니다. 클래식이다, 미술이다 잘 모르는 얘기를 잔뜩 늘어놓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말이죠. 입을 꾹 다물고만 있자니 민망하고, 아는 척을 하자니 망신만 당할까봐 겁도 살짝 납니다.
이렇게 꼭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팍팍한 일상에 지쳐 이런 결심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나도 문화생활이란 걸 좀 해야겠다.’ 때론 마음이 쉴 곳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곧 무너지고 말죠. 시간과 비용, 이 두 가지 장벽 앞에서 때론 영화 한편 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공포,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를 가득 안은 채 꾸역꾸역 이어지는 일상...
꽤 유명하다는 음악가의 이름을 들어보긴 했는데 대체 왜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고, 한번쯤 들어본 음악이긴 한데 뭔지 정확히 몰라 답답했을 당신.
시간과 비용을 쪼개 문화생활을 잘 즐기진 못하지만 요즘 트렌드에 뒤처지진 않고 싶은 당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꾸만 위축됐을 당신.
쉼 없이 바쁜 일상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기만 하죠. 문화는 그 탈출구가 될 수 있지만 이조차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사회의 아픔이 더 커져가고 있는 것엔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요.
어렵게 다져온 문화적 토양이 무너져버리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습니다.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클래식, 오페라 등 공연장을 가면 온통 익숙한 사람들뿐이란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들, 일부 애호가들만으로 객석이 채워져 있습니다. 그들만의 축제로만 끝나버리는 것을 바라보며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 공간을 채운 좋은 콘텐츠와 감동을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비록 공연장, 전시장 등에 꼬박꼬박 못 가더라도 해당 예술가와 작품,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 길에 이 편지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아주 동떨어진 옛날 옛적에 유행했던 공연과 전시보다 최근의 것들을 보다 자세히 전하고자 합니다. 길을 지나다 ‘오르세미술관전’ 포스터를 보고, 기사에서 ‘조성진’ 이름을 보고도 머뭇거렸을 당신이 그 순간 이 편지들을 들춰본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첫번째 편지는 '클래식리치로 가는 길'로 시작합니다. <조성진과 쇼팽…위대한 음악가는 반전으로 말한다> 입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