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엄마
"미지의 서울"
한 드라마에서 참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일, 사랑, 장애, 우정, 모성...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주지만 정작 내게 주인공은 미지가 아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도록 내 마음을 온통 뺏어 간 사람은 미지의 엄마 김옥희.
어렸을 적부터 살갑지 못한 엄마 덕분에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생각한다.
쌍둥이를 출산 후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딸(미래) 덕분에 육아의 혹독한 맛을 본다.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상태로 남편과 사별한다.
미래가 좀 괜찮다 느껴질 때쯤 미지가 사고가 났고, 미지는 은둔형 외톨이를 자처해서 3년 동안이나 방을 나오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집안일을 함께 돌봐주던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다.
...
인생이 참 쉽지가 않다.
다른 이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김옥희만 죽도록 힘든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좀 더 살갑게 대하고 싶은데 그게 참 안된다.
엄마하고 딸 사인데 왜 그게 안되냐고 묻는 친구 염분홍에게 난 그게 안돼. 그게 안된다고라고 소리 지른다.
닮은 듯 닮지 않은 삶인데 나는 그렇게 김옥희의 삶에 내 삶이 오버랩되어서 눈물이 났다.
선천적 심장병이란 것이...
엄마가 미래를 그렇게 낳았다는 것이...
죽을죄를 지은 죄인이 된다.
미래를 끝까지 돌봐줘야 할 것 같은 죄책감과 불안감이 미래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엄마는 예민해졌다.
온통 관심과 걱정은 미래를 집중하고 있고, 미지는 잘하고 있기에 뭐든 혼자서 척척해내기에 믿음이란 이름으로 방치된다...
엄마 저도 여기 있어요 하고 외치는 미래에게 너까지 왜 그러니 엄마도 숨 좀 쉬자며 틈을 주지 못한다.
마음은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살갑게 굴지를 못한다.
그게 안된다....
그런 옥희는 친정엄마와의 관계도 힘들어한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주는 것도 모른다는 옥희에게 분홍은 본인도 그랬다며 이번엔 사랑을 먼저 줘보라고 권한다.
본인은 엄마가 돌아가셔 늦었지만 옥희의 엄마는 아직 살아계시니 늦지 않았다고...
큰아이가 암 치료를 받는 동안 둘째에게 내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나는 몇 년이 지나서 아이와 함께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내 불안의 전이가 그동안 아이에게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됐다.
그 당시엔 사실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은 지 1년 6개월을 지나고 있다.
그 사이 둘째는 신체적 질환까지 더해 그레이브 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갑상선 기능 항진과 심기능 저하로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를 시작했다.
1년은 눈물과 우울과 불안으로 가득 채웠던 것 같다.
나머지 6개월의 시간은 우울과 체념과 약간의 희망을 더 해 채워가는 중이다.
둘째에게 전달된 내 불안을 두고두고 후회했기에, 첫째에게는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하고 싶었으나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너는 이제 많이 컸으니 엄마를 이해해 주길 바라하는 마음이 커버렸다...
회사 일에, 둘째의 심리상담과 병원 검사와 치료 일정에, 큰아이는 고3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그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마음과 다르게 살갑게 굴지 못하는 내 모습에 내가 참 싫어졌다.
그런 내 상황에 옥희가 나타났다.
나도 그래. 나도 그렇다고.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내가 받지 못했다고 주지 못하면 나의 아이 또한 똑같은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끊어버려야 한다.
아직 '미지의 서울' 두 편을 남겨두고 있다.
옥희는 미지에게 그리고 엄마 월순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P.S.
오랜만에 글을 쓴다.
우울함이 극에 달해 이러다 뭔 일 내겠다 싶었던 어느 날 블로그를 열고 무작정 내 마음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쓰면, 쓰고 나면... 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거구나.
그리고 쓰기로 결심했고, 혼자 해 낼 자신이 없어 장치를 만들었다.
(손잡아 준 나현쌤 고마워요~https://brunch.co.kr/@nahyeon0960#info)
다소 무거운 글들로 회색빛의 브런치가 예상되지만, 적고 적다 보면 회색빛이 점점 옅어지고 가끔은 환하게 빛나는 색이 드러날지도...
회색빛도, 때론 검은빛도, 그리고 환하게 빛날 그 빛도 모두 지나가는 내 삶의 일부이기에 미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내치지 않기로.
그 힘은 씀에서 올 것을 믿는다.
From. 쓰는 사람 대보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