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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19. 2017

파편


완벽히 사라진 파편들.


오롯이 나의 탓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결국엔 모두 내 탓이 되어 있었다. 그 덕에 오래도록 겨울에만 살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계절이 어디 쯤에 걸려 있는지 몰라 했다. 종종 입술이 텄고 뺨이 얼었으며 코 끝이, 손 끝이 찡했다. 다른 계절의 온도를 느끼는 꿈을 꾼 날 밤에는 더 두꺼운 이불이 필요했다.


유독 목이 메-는 나의 계절.


죄책이 반복되었고, 힐난이 지속되었다. 부러 펑펑 우는 날이 차라리 괜찮았다. 익숙해졌지만 결코 편치 못했다. 머리 위로 검은 구름이 드리워 이쪽에만 쏟아졌다. 언 뺨에 찬 바람이 자주 닿아서 죽어가며, 벌벌 떨며, 생각보다 더 오래.


습한 장례를 치렀다.


계절의 텃세에 오래 가지도 못했을, 결국엔 죽을 줄 알면서 피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울어도 울어도 밉지 않았고, 그저 가여워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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