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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Mar 23. 2017

꿈 일기

며칠 전에 그런 꿈을 꿨다. 나를 위해 간절한 무릎을 꿇는 어느 수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한, 정확한 장면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식의 전개였다. 어째서 나 같은 걸 위해 기도하는 거냐고 묻는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고 나는 스르르, 눈을 떴다. 스르르, 눈물이 흘렀다. 그날엔 잠에 취한 채 흘린 눈물에 아무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어두운 방에 가만히 있자니 그날의 감정과 같은 성질의 것이 울컥 터져 나왔다. 내가 어느 누구의 간절함이 될 수 있을까. 사는 데엔 자격 같은 게 없어서 되는 대로 살면 되는 것이었지만 기도의 염원에 응답할 자격은 응당 있을 텐데, 나는 그 염원에 어떤 식으로든 답할 자격이 있는가. 무릎을 모아 끌어안았다. 울기 좋은 자세로 바꿔 앉았다. 아무래도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얼굴도 기도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꿈속 수녀님에게 죄스러워졌다. 살아있음이 죄스러워졌다. 말도 안 되게 깊이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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