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에 대해 오래 생각한 적이 있다. 부모님의 이혼? 나의 사랑과 이별? 관계 속 불찰의 연속? 그게 모조리 내 생을 휘저어놓고 갔다면 누구 책임인가에 대해서도. 그들의 책임? 아니, 나는 알고 있다. 이건 다 내 책임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글 속에서 화자가 되는 나는 남 탓을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숨이 쉬어지는 날이 몇 번 있었다. 습관처럼 내 탓만 하다가 죽고 싶던 날들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잘못한 게 없다’ 하고 스스로를 속여야만 생이 연장되는 걸 느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전가된 책임은 다시 돌아오고. 돌아온 새벽. 오늘도 조금 아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