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네 과거
맥시멀 라이프 청산 중이다. 주말마다 정리하고 있다. 어느 순간 미니멀 라이프와 가까워지리라. 눈에 보이는 공간은 정리가 되어 이젠 뭘 정리해야 하나 싶었다. 정리할 게 없지 않나 싶은 착각도 오래지 않았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수십 년 전 과거와 마주했다. 외국 화폐, 동전부터 시작해 용량 적은 USB, 중고대학교 성적표,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유통기한 지난 10만 원 상품권 (ㅜㅜ) 이 숨겨져 있었다. 정돈했다 착각했다. 이런 물건들은 봉투 안이나 겹쳐져 있어서 정돈할 때 미처 못 봤나 보다. 미니멀 라이프를 6개월만 일찍 시작했어도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었겠다.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궁금한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부터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이 연말에 세뱃돈과 함께 써주신 편지도 있었다. 돈도 편지도 그대로 잘 보관되어 있었다. 지금은 성함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잘해주셨던 기억은 난다. 당시에 잘 쓰라고 주신 것일 텐데 거의 20년 가까이 보관한다고 준 사람도 기쁘진 않을 것 같다. 그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오래 간직한다고 그 마음까지 보관되진 않는다.
정리 정돈한 줄 착각한 공간들이 아직 많겠다. 서랍 안 물건들은 1/3 정도 버렸는데 아직 더 버려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더 버릴 때 과감해질 수 있겠지. 과거의 나는 참 버리지 못했구나. 그냥 잘 보이게 정돈만 할 것이 아니라 다 꺼내서 살펴봐야겠다.
물건이 생기면 바로 사용하거나 언제 쓸지 용도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렇게 잊히고 결국 버리게 된다. 물건뿐 아니라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도 제때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나마나하게 지나가 버릴 것이다. 나중을 위해 저장만 하는 건 그만해야겠다. 그냥 던져놓는 것은 현재를 위한 것도 나중을 위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