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가
올해는 윤년이라 하루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이번 한 달 간은 나에 관해 기록하며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달자기발견'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일정 분량의 책을 읽었고, 매일 다른 질문에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과 <자존감의 여섯 기둥>을 읽으며 자존감과 글쓰기에 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추천 도서는 <어떻게 나 답게 살 것인가> 였는데 이 책도 개인적으로 읽었다. 자기 발견을 하려면 이렇게 글쓰기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글쓰기는 처음의 감정적 반응을 넘어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줬다.
첫째, 역경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자신의 경험을 더 분명하게 이해했다.
둘째,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대명사 사용 습관에서 정신적 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자신과 사건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는 의미이며, 그때 희생자는 그 사건이 자기와 자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한다.
셋째, 외상 경험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을 줄 안다는 점이다.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2월 초에 썼던 나를 소개하는 글의 제목과 괄호 안은 주요 내용이다.
[0일차]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사람
[1일차] 네가 알던 내가 아냐 (나로 살고 있지 못함)
[2일차]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29일 차에 접어든 오늘 다시 돌이켜 보니 힘든 시간들을 이미 다 이겨냈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글쓰기를 통해 더 깊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난만큼 기쁜 일도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릴 때는 내가 조울증에 걸리면 몰라도 우울증엔 절대 안 걸리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때 약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었다. 앞으로도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글쓰기와 높은 자존감이 있다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억이 안 나서 기록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생각난 일도 있어서 아쉬운 글도 있다. 회사 일로 매년 업계 10대 뉴스를 만드는 데, 왜 내 일생의 10대 뉴스는 한 번도 적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 역사 연표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내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2일 차와 같은 질문에 나는 한 달 만에 답이 바뀌었다. 내 삶은 '걸음이 느린 아이' 다. 거북이는 땅에선 느리지만 물에선 빠르다. 나도 내게 맞는 환경과 일을 찾으면 빨리 갈 수 있고,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땅에서도 느릿느릿 가긴 갔다. 공부도 일도, 마라톤도, 관계도 그랬다. 하기 싫어도 느리게 하긴 했다. 앞으로 나에게 맞는 물을 찾아 빨리 갈 것인지, 땅에서라도 느리게 갈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어느 그라운드를 택하건 꾸준히 즐겁게 갈 것이다.
한 달간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며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고, 용기도 생긴 기분이다. 그리고 같은 실수와 아쉬운 일은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힘든 일은 반복될 수 있지만 나의 반응과 태도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됐다. 한 달간 발견한 나의 다짐들을 소중히 간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