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좋은 사람

by 유프로

나라는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나를 외강내강형이라하고 또 누구는 외강내유형이라 한다.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본 경우는 그렇다치겠지만 같은 모습을 동시에 보아도 평가가 달라진다. 내가 보여준 모습과 상대가 볼 수 있는 행동 범주에 맞춰 인식되는 것 같다.


아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부터 정의 내려야 했다.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나의 모습은 다양했다. 공적으로는 머리 쓰는 일을 좋아하고 남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한 발 앞선 생각을 해서 남들에게 감동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 사적으로는 개구쟁이란 말을 늘 듣는다. 초등학교 롤링 페이퍼에 처음 등장한 개구쟁이라는 말은 최근에 회사에서 과장님께도 들었다. 결국 어떤 내가 되든 내가 바라는 것은 상대에게 감동을 주고, 그 상대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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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격한 반응에 취했는지 기억을 찾아 보았다. 첫번째는 나의 성장배경이다. 나는 세 자매 중 둘째다. 둘째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보통 생활력이 강하다고들 하지 않는가? 내가 집에서 잘하는 것은 애교보단 농담이었던 것 같다. 나의 말과 행동에 가족과 친척들은 늘 웃어주셨다. 지금도 가족들을 웃기는 것은 자신있다.


두번째로 생각나는 기억은 학창시절이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만 나의 본능을 드러냈다. 발표를 하거나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부끄러움이 많았다. (그럴만한 성장과정이 있긴하지만 오늘의 주제와 적합하진 않아 생략하겠다)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은 나를 그저 조용한 아이로 생각하셨다. 같은 학교에 계속 다니다 보면 함께 노는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대화할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와 이야기를 해본 친구들은 나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어느 새 나는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어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장기자랑도 몇 번 하다 보니 무대 체질도 좀 맞는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나는 10대까지만 해도 사람들 앞에 나가 이야기를 할 때면 귀가 빨개졌었다. 나의 눈에 수 백개의 눈을 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몇 번 무대에서의 환호성과 박수를 받아보니 어느 순간부터 즐길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들의 웃음 소리는 내게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남들을 잘 웃기고, 웃기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웃음에 더 집착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10년 정도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그냥 웃고 즐기는 것이 좋았을 뿐이다.


사람이 어떤 사건을 잊기는 쉽지만 감정은 잊기 어렵다. 다들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 나를 만나 한 번이라도 더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나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즐거운 감정으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약 10여전쯤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 8명 정도가 있었다. 그 중 한 친구와 그 당시에 약간 티격태격했었다. 어느 토요일 다 같이 만나서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다음날 만나면 다시 웃으면서 잘 지내자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웃을수도 말할수도 없었다. 그 다음날부터 그 친구를 영원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을 시작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새도 없이 많은 주변 사람들을 먼저 보내야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은 원래 없다. 사람은 사건보다 감정으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늘 좋게 만들고 싶다. 한 때 그것에 너무 집착해서 내게 고통이 된 적도 있지만, 지금의 나도 늘 좋은 감정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각자의 기억의 세계를 쓰십시오. '기억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을 끄집어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십시오. 이 기억이 맞을까 틀릴까 점검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태도입니다. 나는 내 기억에 대해 얼마나 진실한가를 고민하십시오.


그 당시에 내가 가장 슬펐던 이유는 그 친구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보다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갈 것을 알기에, 그 사실이 제일 슬펐다. 기억은 잊혀지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억이 정확한가 아닌가가 아니었다. 그 기억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했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이란 책을 보고, 저 문장에 꽂힌 이유는 10년전 그날부터 지금까지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지 못하는 나를 놓아주는 문장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사건을 떠올리면서 기억이 정확성보다 그 기억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더 중요시 하기로 했다. 사람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보면 도움되는 측면이 더 많다. 나와 내 친구가 서로에게 못해준 것은 잘 기억 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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