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것을 소소하지 않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y 유프로

예전에 5년 정도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힘든 일을 겪고 나서 나의 내면을 더 들여다 보고, 달래기 위해 적었는데 정말 치유의 글쓰기 효과가 있어서 계속 쓰게 됐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정신없기도 하고 바빠지기도 해서 하루 30분씩 쓰던 일기를 매일 쓰기 어려웠다. 너무 피곤하면 키워드만 적고 다음날 이어서 적거나, 누워서 핸드폰에 녹음까지 해두고 다음날 적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점점 쓰지 않게 됐다. 치유할 일이 없어지기도 해서 놓았던 것 같다.


일기 덕인지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친구들 사이 별명이 '외장하드'였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름까지 기억했었다. 지금은 기억력 감퇴가 시작되어 예전만 못하다. 쓰다 만 일기장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는데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매일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할 것이 있어서 적는 것이 아니라 적다 보면 기록할 것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바인더도 쓰고 work flowy도 쓰고 브런치도 쓴다. 매일 30분씩 일기를 쓰는 것은 과한 것 같고, 나만 보는 것이다 보니 글력에 크게 도움도 되지 않았다.


[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쓰기 ]에서 읽은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을 보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풀어내는 글' 이란 말이 나온다. 올해 내가 쓰고 싶은 글이다. <보편적인 상황을 나만의 관점으로 풀어내기> 일단은 여러 상황을 모으고 있다. 마침 오늘 <손바닥 자서전 특강> 책에서 만난 문장도 나의 결심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꾸준히 기록하며 더 좋은 기록을 쓰고 싶다.


자기 삶을 기록하는 것을 꼭 과거의 이야기로만 한정시키지 말고 오늘부터 기록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과 연결되고 과거의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



나는 '소소함'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한 친구들과 만든 그룹명이 '000의 소소한 행복'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 마지막 모임을 할 때 내가 이렇게 말했다. '소소한 것을 소소하지 않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라고, 소소한 것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소소하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2020년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순간들을 생각나는 대로 100가지 정도 후루룩 적었다. 시간만 있다면 더 적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 읽지 않아도 된다. 밑에 요약을 적어두겠다.

1. 어려워 보이는 일을 쉽고 빠르게 끝냈을 때

2. 일 진짜 잘한다고 인정받을 때

3. 같이 일하고 싶거나, 같이 놀고 싶다는 이야기 들을 때

4.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이 연락 줄 때

5. 나도 오랜만에 연락했는데 공백 기간 없이 짝짜꿍이 잘 맞을 때

6. 내가 하는 말에 사람들이 빵빵 터질 때

7.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데 반응 좋을 때

8. 내가 봐도 내가 작성한 문서나 한 일이 퀄리티 끝내줄 때

9. 이직이나 다른 제안을 받을 때

10. 맘에 안 드는 제안은 거절할 수 있을 때

11. 내가 잘한 일을 다른 동료가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볼 때

12. '역시 대리님 짱입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메일 받을 때 (Tue, Feb 4, 2020)

13. 부서 서열 뒤에서 두 번째인데 상사들이 나한테 의견 구할 때

14. 많이 컸다는 소리 들을 때

15. 동료들이랑 여유롭게 티타임 가지며 별별 얘기 다할 때

16. 건강한 티나 커피 마실 때

17.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때

18. 홈런볼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먹을 때

19. 맛있는 신상 과자 먹을 때

20. 빵

21. 뭔가 먹고 나서 기분 나쁜 배부름이 아닌 건강한 기분일 때

22. 신메뉴 도전했는 데 성공했을 때

23. 타이거 슈가 마실 때

24. 맛난 음식이 에너지로 전환됨이 느껴질 때

25. 마라톤 후의 개운함 느낄 때

26. 끝나고 씻을 때

27. 내가 친 골프공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잘 날아갈 때

28. 퍼팅 성공했을 때

29. 격한 운동 성공했을 때

30. 몸이 가벼워짐이 느껴질 때

31. 여행 가려고 공항 갈 때

32. 가고 싶은 곳 고를 때

33. 모닝캄의 빠른 서비스받을 때

34.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 먹을 때

35. 난생처음 보는 뷰를 보게 될 때

36. 현지인과 대화가 잘될 때

37. 자연경관이나 도시가 전에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 일 때

38.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맘에 들 때

39. 쌓인 마일리지 볼 때

40. 다음 여행지 어디가 지 생각할 때

41. 내가 준 선물이나 편지를 상대가 받고 좋아할 때

42. unexpected 했으나 funny 한 결과가 됐을 때

43. 누군가 내가 예상치 못한 말을 하거나 도와줄 때

44.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 아닌 날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을 때

45. 놀랍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때

46. 내가 했던 웃긴 얘기를 남이 써먹을 때

47. 화장 잘 됐을 때

48. 예쁜 옷 입을 때

49. 피부 좋다는 소리 들을 때 (아 옛날이여)

50. 귀엽다는 소리 들을 때 (아 옛날이여 2..)

51. 맘에 드는 옷이나 신발 살 때

52. 그걸 입고 나갔는데 예쁘다는 소리 들을 때

53. 전기장판에 따뜻하게 몸 녹일 때

54.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을 때

55. 꼬맹이 조카가 와서 깨울 때

56. 집에 돌아왔는데 조카다 다다다닫 발소리 내며 달려올 때

57. 같이 놀자고 내 손 잡고 갈 때

58. 내 품에 폭 안길 때

59. 뽀뽀해도 가만있을 때

60. 좋아하는 노래 들을 때

61. 기타 연주가 잘 될 때

62. 노래방에서 흥나게 뛰놀 때

63. 친구네 옥상에서 먹고 마실 때

64. 병맛일 때

65. 목표금액의 돈을 모았을 때

66. 투자 수익률이 높을 때

67. 보고 싶은 책을 볼 때

68. 서평 조회수가 좀 나올 때

69. 새로운 것을 배울 때

70. 내가 배운 것을 공유할 때

71. 공유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때

72. 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길 때

73.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기발할 때

74. 재밌는 영화를 만났을 때

75.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일 때

76. 배울 점이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볼 때

77. 설레는 사람을 만났을 때

78. 갖고 싶은 것을 살 때

79. 중고거래가 잘 됐을 때

80. 내 자리가 깨끗하게 정리됐을 때

81. 회식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들을 때

82. 봄여름에 따뜻한 햇살 맞으며 걸을 때

83. 제철음식 잘 챙겨 먹을 때

84. 신선한 회 먹을 때

85. 회사에서 책사 줄 때

86.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날 때

87. 길가다 우연히 반가운 사람 만날 때 (오?!)

88. 눕자마자 잠들 때

89. 내 이야기를 친구가 진지하게 들어줄 때

90. 어렵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진짜 될 때

91. 부모님 용돈 드릴 때

92. 힐링되는 작품을 볼 때

93. 약 먹고 낫는 기분일 때

94. 친구나 동료에게 작은 선물 줄 때 (먹을 거나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 등)

95. 친구나 동료도 내게 소소한 선물 줄 때

96. 신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때

97. 플래너나 다이어리 쓸 때

98. 괜히 기분 좋은 감정이 들 때

99. 영어 원서 읽는 데 영어로만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을 느꼈을 때

100. 지금 이 순간


순간으로 보면 칭찬이나 인정받는 말, 다른 사람의 웃음을 듣는 순간이다. 언제나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대상은 사람이다. 난 사람이 좋다.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는 순간을 좋아한다.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좋다. 오늘도 난 행복한 순간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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