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다양한 민원을 접하는데 특히 억울하고 합리적인 민원은 최선을 다해 처리해야 합니다. 안민석 지역사무실에는 ‘억울한 민원은 지옥 끝까지’라는 문구가 선명히 걸려 있습니다. 힘없는 주민들이 당하는 불이익이나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개인사, 돈 있고 빽 있는 사람이 힘을 행세하여 약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 등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의 경험으로 성심을 다해 억울한 민원을 해결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국회의원의 권한으로 못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돌이켜보면 부산동 시티자이 아파트 다원초와 지곶동 e편한세상 세마초 설립은 입주예정자들의 집단 민원이 제기되었을 때 불가능한 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가 필요한 곳에 학교가 없다면 아이들이 먼 곳으로 다니느라 불편할 뿐만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므로 국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할 민원으로 보이지만 교육부의 학교설립 요건이 경직되어 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었습니다.
에 충족되지 않아서 학교 시설이 불허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고 장관을 설득했고, 평소 가까운 이재정 교육감님과는 언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포기할 생각이 들 때마다 학교설립을 바라는 입주예정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와 학교가 멀어 힘들어할 아이들을 생각했고 결국 두 학교 모두 설립되어 지금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아주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정치하는 보람이지요.
민원 중에는 악성 민원도 더러 있습니다. 특히 악성 중의 악성 민원이 바로 악취 민원입니다. 악취 민원은 전국 곳곳마다 발생하는데 해결되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악성 민원입니다. 악취는 눈에 보이지 않고 주로 야밤이나 이른 새벽에 발생하므로 확인하는 것조차 악성이지요. 누읍동 공장들로부터 맑음터 공원을 거쳐 원동으로 넘어오는 악취 민원은 이미 20년이 넘었지만 잡지 못하고 있을 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대형 물류센터가 오산천을 넘어오는 악취를 어느 정도 잡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누읍동 공단의 악취는 여전히 해묵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화성시 정남에 위치한 신대한정유 공장에서 넘어오는 악취로 지곶동 e편한세상과 세교 6단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동탄주민들까지 고통을 호소해 왔습니다. 지난 수년간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와 힘겨루기를 해왔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다가 이번 총선 후에 악취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제가 팔을 걷고 나서게 되었습니다. 민원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으면 성과를 내야 하는데 신대한 정유 악취 민원은 자신이 없었지만 정확한 원인이라고 파악해 내는 것이 일차 목표였고, 진단이 정확하면 처방도 가능하리라는 실낱같은 믿음으로 시작했습니다.
7월 3일. 신대한 정유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책임자와 주민대표 그리고 화성시, 오산시 환경과장님들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주민들은 공장 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팽배했고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시청에 대한 성토로 처음에는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주민대표로 나선 분들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이미 갖추고 있어서 놀랐고, 악취 고통을 겪으며 주민주권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항상 시민들은 위대합니다. 해결사로 나선 저는 일단 악취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고 상호 협력하자고 호소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제가 이날 확인한 사실은 신대한정유의 대표는 따로 존재했고 서울 본사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힘든 민원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7월 17일. 경기도청 환경담당자와 화성시, 오산시 환경과장님들을 의원실에서 만나 환경전문 공무원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을 두고 토의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저를 포함 참석자 모두가 같은 수성고 출신 동문들이어서 의기투합하기로 했는데 특히 오산시청 심흥선 과장님이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신대한정유가 악취저감 시설을 보완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설비투자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본사 대표를 만나서 설득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과연 대표를 만날 수 있을지 만나더라도 악취 민원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를 하겠다고 할지 갑갑했지요.
7월 28일. 드디어 신대한정유 본사 대표를 국회에서 만났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을 해서 만난 대표는 50대 초반의 환경분야 전문 CEO였습니다. 첫인상부터 말이 통할 듯 보였는데 실제 제 주위의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서 대화하기가 수월했습니다. 나름 소신을 가지고 계신 대표에게 민원 해결에 대한 저의 의지를 선명하게 표현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충분히 드렸더니 자신도 진정성을 가지고 시설투자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보름쯤 지난 두 번째 만남에서 투자 결정을 알려 와서 감사했습니다. 만약 대표가 투자 결정을 못 하겠다고 했으면 고약한 일들이 지난가을 내내 벌어졌을 것이라고 상상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릅니다.
8월 28일. 7월 3일 주민들과 첫 번째 상견례에서 약속한 대로 8월 28일 지곶동 e편한세상에서 중간보고 모임을 가졌습니다. 처음보다 분위기가 진정되었고 반신반의하면서도 회사와 주민들이 힘을 모으자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본사 대표가 시설투자를 약속했다고 발표하니 희망의 표정들이 보였고 50억이 투자되어 시설 개선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악취가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못한다는 아쉬운 말도 전했습니다. 일단 회사의 진정성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아파트 대표 회장님이 이 분야 전문가여서 회사가 속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의 염원인 세교-지곶동 터널 추진이 고인돌 문화재 때문에 심의에서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11월 20일. 마침내 공사가 끝나고 설명회를 듣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여름에 시작되어 가을을 보내고 초겨울의 문턱까지 몇 달간 모두 힘을 모으고 간절히 바라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시간에 걸쳐 발표와 주민 질의 및 건의사항을 마치니 모두 안도와 희망의 눈빛이었습니다. 이번 개선 공사로 70% 수준의 저감 효과가 있다 하니 아쉽지만 주민들이 이루어낸 작은 승리입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의 시작입니다. 2라운드에서는 회사 측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하고 오산시는 주민건강영향 평가를 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이 우선입니다. 악취 제로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함께 수고하신 신대한정유와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관계 공무원들도 고생하셨습니다. 더불어 고인돌 터널 추진을 위한 문화재 심의가 전날에 12:11로 아슬하게 통과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 악취와의 전쟁 1라운드는 주민들과 행복한 뒤풀이로 마무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