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도권 오산에서 연이어 5번째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안민석입니다. 부족한 제가 이번에도 당선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촛불혁명에 뒤따라 온 여진, 촛불혁명의 완결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신 초선의원님들을 환영하며 축하드립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과분하게도 30대 후반부터 연속 5번 그것도 매번 15% 이상 차이로 수도권에서 당선되었으니 오산시민들과 국민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초선 당선자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초선같은 5선의원이 되겠습니다.
저도 그랬듯이 초선 당선자 시절이 가장 기쁜 시간이고 초선 국회의원 일 년은 구름을 타고 다니는 기분으로 살아가시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오늘은 외람되지만 일찍 여의도 물을 먹은 선배로서, 처음 국회의원이 되실 당선자들께 경험자로서 열 가지 말씀을 올리니 한 가지라도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초선 10계명’ 정도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첫째, 계파정치의 허상을 멀리하고 지역주민과 국민만 따르셔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파나 계파에 몸담지 않았습니다.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계파정치조차 거부했으니 손해를 본 적도 많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함께 하는 친문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친문인데 진골, 성골을 따지며 대통령과의 인연과 친소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제가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계파정치를 멀리하고 오로지 적폐청산과 전면적인 개혁입법에 매진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둘째, 정치는 상상력이 필요하니 상상력을 키우세요.
정치인은 공무원과 달라야 하는데 공무원과 정치인의 가장 큰 차이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법과 규정 그리고 정해진 예산의 범주 내에서 판단하고 집행합니다. 훌륭한 공무원은 법과 관례의 범주내에서 일을 잘 처리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만약 정치인이 공무원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기능한다면 정치인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되시면 정말 많은 공무원들을 만나 함께 일하게 되실 것입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행정부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주시고 범주를 넓혀주십시오. 상상력으로 현실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시면 분명 스타 의원이 되실 것입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저에게 도움이 된 책은 '오리진이 되라'인데 세 번을 읽었습니다. 꼭 필독서로 권합니다.
셋째, 상임위를 옮기지 마시고 붙박이 상임위 활동에서 승부를 보세요.
두 부류의 의원이 있습니다. 상임위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의원과 한 분야에 붙박이를 자처하는 의원입니다. 저는 후자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16년 동안 교육과 문화분야 상임위를 고집했습니다. 제가 교육과 문화 상임위만 고집한 이유는 정치도 전문가를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고, 정부 감시를 위해 부처 공무원을 상대할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봅니다. 교육부나 문체부 공무원들과 16년을 지내왔으니 소통도 잘 되고 내부를 익히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도 없고 능력도 미천한 제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밝힐수 있었던 것은 오랜시간 교육과 문화 두 상임위를 고수하며 부처와 산하기관 그리고 현장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임위를 자주 옮기든 저처럼 붙박이를 자처하든 본인의 선택입니다. 단지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넷째, 언론으로 흥한 자 언론으로 망하니 언론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국회의원은 어항의 물고기와 같습니다. 언론은 항시 정치인을 주시하고 언론기사에 정치인들의 평가와 이미지가 좌우됩니다. 특히 초선 의원이 되면 방송뉴스 신문기사에 목을 매게 됩니다. 그렇다고 보도에 목을 매게 되면 스스로의 정치 여정을 피곤하게 하고 주변을 괴롭게 합니다. 언론 노출을 의식하기보다 내공을 쌓으며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론에 구걸하기보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도록 이슈를 적시에 제기하면 자연이 언론에 노출됩니다. 착실히 쌓아가면 이슈로 터지고 스타 의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충고했던 선배 정치인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원칙은 성급하게 카메라 플레쉬를 뒤따라가면 망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의원 3명을 사귀세요.
초선은 모든 것이 낯설고 경험이 부족합니다. 때로는 선배 정치인들이 도움을 주거나 훈수를 두지만 정치는 정답이 없습니다. 정치는 ‘토탈 아트’입니다. 때론 냉혹합니다. 저 역시 정치훈련이 전혀 없이 배지를 단 탓에 첫해 국정감사를 마친 후에야 시민단체가 국감을 평가하여 상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심하지요. 여의도는 동물의 왕국, 정글이라고들 합니다. 아수라에서도 벗은 필요하고, 친구가 가장 유익한 버팀목이며 가늠자가 됩니다. 삭막한 여의도에서 흉금을 터놓을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 3명을 사귀시기를 권합니다. 그 세 명이 정치성향이나 여러가지가 비슷해도 좋고, 아주 다르면 더 좋습니다. 평생 함께 갈 수 있고 속내를 털어놓을 사이가 되는, 혹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하더라도 금기 없이 대화할 수 있는 3명의 친구가 필요할 겁니다. 그래야 덜 삭막할 테지요.
여섯째, 골프 치는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유익합니다.
정치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자세나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 저는 정치하는 16년 동안 한 번도 골프채를 잡지 않았습니다. 초선 당선 직후 노골프 선언을 공개적으로 했기 때문에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왔습니다. 골프 칠 시간 있으면 주민들이나 가족들과 함께하고 의정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공부를 하는 것이 유권자들이 바라는 모습일 것입니다. 골프는 좋은 운동이지만 무엇보다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고 제한적인 사람과 어울리게 됩니다. 골프가 정치와 결합되면 각종 이권이나 로비의 운동장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저는 정치인의 접대골프를 자주 듣곤 하는데 나중에 청탁이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뻔합니다. 피치 못해 골프를 칠 경우 비용은 꼭 지불하십시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일곱째, 지역구에서 운동 동호인클럽 한 가지는 가입하세요.
저는 골프 대신 동네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초선 때는 조기축구, 재선 때는 배드민턴, 삼선부터는 테니스를 했습니다. 지역에서 운동 동호회 활동을 하면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우선 본인의 건강에 좋습니다. 건강해야 더 많은 일을 감당할 텐데 규칙적인 운동은 정치인에게 필수적인 활동입니다.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니 일할 의욕도 절로 생기지요. 둘째, 운동을 하면 지역주민들과 끈끈한 관계가 맺어지므로 여과되지 않은 민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역설이지만 민심을 가장 잘 파악해야 할 국회의원이 민심을 가장 모르는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운동 동호인들은 결속력이 강해서 선거철이면 조건 없이 열심히 도와줍니다. 배드민턴의 경우, 남녀노소 없이 동호인 숫자도 가장 많아 선거 때면 도움도 많이 주시기에 참 좋습니다. 배드민턴은 아무리 몸치라도 한 달 배우면 게임이 가능하므로 배드민턴을 권해드립니다.
여덟째, 글로벌 시대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세요.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외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습니다. 의원친선연맹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외국어 공부에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가영 제가 터어키친선의원연맹을 맡으며 아랍어 한마디 배우려 하지 않았으니 부끄러운 일이지요. 중국이나 베트남가면 그 나라의 간단한 인사와 대화 정도는 가능해야 하는데 게으른 탓에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동료의원의 경우 영어 한마디 못화면서도 외국 출장은 가장 열심히 다니는 분도 보았습니다. 요즘에는 마음만 먹으면외국어를 쉽게 배울수 있습니다. 틈틈히 외국어를 익혀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국회의원이 되시길 바랍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테지요. 임기 4년 내내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만큼 바쁘실테니까요. 그러나 ‘바쁘다’라는 표현은 가능한 삼가하세요. 다리 밑 걸인에게 물어도 ‘바쁘다’라고 한답니다. 바쁘다 핑계 말고 외국어를 익히세요. 저도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려 합니다.
아홉째, 택시운전을 권해드립니다.
저는 2005년 택시면허를 따서 지금까지 택시를 몰고 있습니다. 저처럼 오랫동안 택시운전을 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지난 설날에도 택시를 몰며 지역민심을 살피고 기사님들과 퇴근 후 식사하며 막걸리 한 잔 걸쳤습니다. 수도권에서 우리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낙선하고 당선된 몇 분들도 근소한 차이로 이겼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제가 20% 가까이 압승할 수 있었던 뒷배에는 택시기사들의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그들은 선거기간 내내 클락션을 울리며 손을 흔들어 주셨고 택시에 저의 명함을 꽂고 다녔습니다. 저를 택시 동료기사쯤으로 인식하니 저절로 선거운동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주위에서는 한두 번 쇼하다 말겠지 했지만 벌써 택시운전 15년차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제가 정치인들께 택시 운전을 권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분들이 거의 없어 아쉽지만 분명한 사실은 택시를 몰면 민심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민심의 바다로 빠지고 싶으세요? 택시를 모시기 바랍니다. 꾸준히 말이죠.
열째, 억울한 민원은 지옥까지라도 가서 끝까지 해결하세요.
정치의 본질은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국회의원이 마음먹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억울한 민원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국회의원에게 오는 민원치고 쉬운 민원 역시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건성으로 민원을 처리하면 되는 게 거의 없고, 다부지게 마음먹으면 해결되지 않는 민원도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국회의원의 권한과 힘이 막중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민들과 약자들의 억울한 민원은 의원이 직접 챙길수록 주민들의 의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집니다. 금새 좋은 소문이 퍼질 것입니다. 저는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매주 금요일 '민원의 날'로 정해 금요일은 지역사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방문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아 고민이지만 그래도 금요일마다 지역에 상주하며 주민들을 만나는 것은 저를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라고 여기고 앞으로도 금요일 민원의 날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상의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당선을 축하드리며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그래서 정답이 없는 국회의원의 길을 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넘게 용기를 내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정치가 어렵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그 길을 고민하며 실천하려고 할 뿐입니다.
정조대왕께서 무릇 정치하는 사람들은 ‘사중지공(私中之公)’ ‘손상익하(損上益下)’ 하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사중지공’이란 비록 개인적인 일로 일을 시작하다라도 반드시 공적인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고, ‘손상익하’란 손해는 윗 사람이 받고, 이익은 아랫 사람에게 주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두 말씀을 항상 새기면서 오늘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입니다. 입법을 통해 국민의 구체적인 삶을 보다 상식적으로 합리적으로 바꿔드려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 전분야의 ‘구체적인 정의’를 입법으로 진전시켜야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사상 초유의 의석을 주신 것이고 이렇게 많은 초선 의원들을 만들어 주셨을 것입니다. 초선의원이 되실 당선자님들! 초짜는 못할 것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패기가 있고 성실함이 뒤따른다면 국민을 위한 큰 성취를 이루어 재선에 성공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단지 다음 선거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간지나는 의정활동으로 재선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함께 손잡고 세상을 바꿉시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