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다 그럴까? 1

죽어 간다는 것과 잃어가는 것

by 암시랑
"어떤 친구?"


전화기 너머로 확인하듯 묻는 형의 질문에 딱히 대답을 찾지 못해 멈칫했다.

나는 어떤 친구지?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친구 형에게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그냥 어릴 때부터.."


뒷말을 흐렸다. 형이 바로 이어 말을 자른다.

"어 그래 중학교 친구구나"


어? 아닌데 나는 사실 녀석과 중학교를 비롯해 그 어떤 학교도 함께 다닌 적은 없다.

우연히 친구의 친구로 만나 그저 오랜 시간 지내왔다.

녀석의 기억은 지금 중학생이었던 시간에서 멈췄다.


악성 교모세포종. 녀석의 머릿속에 달걀만 한 종양이 버티고 있다.

가끔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치과 치료를 위해 계속 먹던 아스피린을 끊어서 생기는 부작용 같은 걸 거라 여기고 버텼다고 했다. 젠장. 우린 사는 거 자체가 모두 버텨야 한다는 게 속 터진다.


수술을 하고 나왔다는 메시지를 받은 며칠 후 병원에서 마주한 녀석은 건강한 것처럼 보였다.

머리에 잘 익은 사과처럼 안전망을 쓰고 있지만 잘 웃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잘 웃었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3주가 지났다.

10개월. 시한부를 받았다고 했다.

녀석이 죽어 간다거나 기억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의외로 담담했다.

그렇다고 녀석이 다시 회복을 하거나 그럴 수 있다는 걸 믿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직은 나를 알아보고 내 이름을 기억하는 이 순간은

여전히 나와 녀석이 한 기억 속에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내가 누구야? 내 이름이 뭐야?"


몇 번이고 확인을 거듭하고 돌아오는 길은 담담하지만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바람이 세차게 드나들었다.

녀석은 죽어 가는 걸까 잃어가고 있는 걸까.


#친구 #감성에세이 #일상 #교모세포종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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