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암호말
슬픈 듯 두려운 듯 그러나 할 말은 많은듯한 표지 사진이 시선을 부여잡았다. '아마도'라는 제목은 그래서 선명했으리라. 확실한 것을 뒤집을 수 있는. 69년생. 52세의 나이에 어떻게 저런 몸을! 자의인지 타의인지 그게 아니라면 삶이 고단해서인지 타인의 인생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기도 참 오랜만이다.
요즘 예능과 다큐에 그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다큐, 예능 광고에도. 핫함을 넘어 신드롬 수준이다. 사연이야 어떻든 멜로디도 가사도 기억나지 않는 '리베카'로 기억되는 그였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사실 관심 밖의 뮤지션이었던 그여서 기억을 한참을 뒤적여야 했다. 그의 독특했다던 패션 역시 그렇게 가물가물했다.
그런 그의 책을 선뜻 서평단으로 신청해서 받았다. 역시 슬픈 듯 두려운 듯 그러나 할 말이 많은듯한 그럼에도 시커먼 눈동자에 빛나는 저 의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와 나의 암호 말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돌아온 서울, 모두들 더 외로워 보였다.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p23
과호흡처럼 공기가 한꺼번에 심장으로 몰려들었다. 숨을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는. 십수 년이 지난 서울이 여전한 것도 아니고 더 외로워졌다니. 우린 그렇게 외로웠던 걸까. 아니면 그의 외로움이 더 해진 걸까. 누구에게나 서울은, 도시는 외로운 곳일지도 모르겠다.
버텨야 가능했던 그의 사랑을 읽는다. 곱씹듯 읽고 또 읽고. 조금씩 노력해야만 조금씩 깨끗해지는 더러운 바닥처럼 그의 밑바닥 인생에서 맞이하는 사랑을 본다. 아팠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들 하지만 경험 역시 내게는 쓰레기다.
경험이란 내가 겪고, 내 눈으로 본 것일 뿐 진실이 아니다." p111
TV에 눈을 고정한 아내가 "괜찮은 사람 같아"라는 말을 툭 뱉었다. 소위 연예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내의 말이라 그냥 지나치기엔 그의 이야기는 슬픈 판타지 같았던 걸까.
"왜?"
궁금해하는 내게 아내는 "힘들었던 과거를 팔아 돈을 벌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아. 언제든 인기가 사라지면 돌아갈 식당이 있다며 해맑게 웃네."라고 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하고 누워 주는 대로 받아먹고 나오는 대로 싸던 그때가 떠올랐다. 죽을힘을 다해도 변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아프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숨을 쉬거나 그냥 놓거나 결정해야 하는 시간. 그의 그 시간이 평화롭게 된 힘은 무엇일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가 아닌 행복을 잡으려는 사람에겐 오히려 불행이 더 많이 잡힌다. 행복을 잡기 전에 불행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불행을 놓으면 평화가 먼저 온다." p241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아내의 감정이 이해됐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주름이 많은 그의 손만큼이나 굴곡진 그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순 없지만 더 이상 그의 나라가 그를 등 돌리게 하지 말았으면 싶다.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빛나길 기대한다. 그래서 'This is Me!'라고 외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