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by 암시랑

퇴근길. 라디오에서 들리는 사연이 신경 쓰였다.


은퇴를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일하는 남편의 옷에 베인 땀냄새에서 짠함과 든든함이 오가는 아내의 따뜻한 감정이 전해졌다. 요즘 우울 기류를 오가는 내 아내가 생각나서 울컥했다.


바로 이은 주변의 시선을 전하는 그의 아내. 잠시 멍해졌다.


"그 나이에 아직도 일을 하나? 쯧쯧"
"그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니 참 부럽다"


그런 말을 듣는 그녀의 기분이 어땠을까. 물론 타인의 시선이고 평가지만 은퇴를 앞둔 나는 솔직히 좀 흔들렸다. 그들은 정작 본인이야 행복에 겨워 하든, 힘듦에 찌들어 있든 그건 상관치 않겠지만. 두 부부의 삶이 생경하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은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을 대변한다. 할 만큼 하고 벌만큼 번 사람은 전자일 테고 아직 벌어야 할 이유가 있거나 밀려나는 게 아쉬운 사람은 후자이겠지만, 벌만큼 벌었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일을 한다 해도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 타인의 삶을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았으면 싶다.


그리고 이유야 어쨌건 타인의 시선에 우쭐할 것도 심란할 것도 없이 딱 스스로의 형편에 맞는 감정을 챙기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던 끝에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는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한데 좀 심란하다.

Huy Phan 님의 사진, 출처 Pexels.jpg Huy Pha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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