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성에 대한 기준 찾기
엘리베이터에서 유독 자주 마주치는 어르신이 계셨다. 집 지하 주차장에서 복지관 지하 주차장으로 출근하다 보니 귀찮기도 하고 밖을 돌아다니지도 않으니 복지관 조끼를 입고 출근하는 일이 많은데, 휠체어를 타고 복지관 이름이 새겨진 조끼까지 입었으니 눈에 띄는 건 당연지사.
어르신은 나를 볼 때마다 속내를 참지 못하시고 “쯧쯧”거리신다. 귀에 참 많이 거슬리는 소리지만 그 역시 여기저기에서 참 많이 들었던 측은지심의 발로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하루는 뒷말이 이어졌다.
자알 생긴 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거니 그렇다 치지만 내가 어쩌다 이리됐는지는 어떻게 아셨을까?
계속 마주쳐야 하는 어르신이니 무시하지 못하고 말을 섞었다.
안타까워하시는 어르신의 대답에 뒷맛이 씁쓸했다. 어르신은 애초에 휠체어를 타고 있으니 선천적인 장애로 아예 단정하신 거였고 다쳤다는 대답에 측은함은 불쌍함으로 넘어섰다.
결국 나는 어르신에게는 장애인일 뿐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었다. 어르신의 인식에는 장애인은 불쌍하고 도움을 줘야만 하는 대상이고 복지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일 뿐이라는 사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장애인 사회복지사는 정상이 아닐까?
정치 평론가 유창선은 그의 책,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에서 ‘인간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서로 다른 관점과 생각을 갖고 있다. 인간의 세계가 오직 하나의 척도에 의해서만 옳고 그름이 평가될 때 그 세계는 죽어 버리고 만다.’라고 기록한다.
얼마 전 구찌 모델로 등장한 엘리 골드 스테인이라는 소녀가 다운증후군 모델이란 이유로 여기저기 기사가 나며 화제가 됐다. 그녀의 용기에 대한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정상이니 비정상이니 하며 그녀를 비하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보다 못해 장애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도대체 정상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거냐고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무조건 욕설부터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개수까지 들먹이며 장애인들이 정상이라는 말에 피해의식을 갖는다며 몰아세웠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대화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이식하려는 태도에 피로해졌다. 그렇지만 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게 그 개수가 정상이라고 누가 정한 거냐고 말이다.
장애학에서 종종 맞닥뜨리는 정상에 대한 논란은 염색체나 유전적 결함 같은 과학적 성과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어느 선까지 정상이고 그 이하면 비정상이라는 논리는 이분법으로 편을 가를 뿐 사람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는 갖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지능 지수와 사회적응 지수가 70 이하면 지적 장애로 규정하는 것은 말 그대로 비정상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 숫자를 넘어서면 정상인가? 71이라면? 혹은 그보다 훨씬 높은 한 200쯤 된다면? 그들은 정상인가?
보편적 그러니까 다수가 만들어 내는 주류 사회는 이처럼 굳이 정상과 비정상, 네 편 내 편을 나누려 애쓴다. 만약 주류와 비주류가 뒤바뀐 다면 어떨까? 핵폭발이 일어나거나 큰 전쟁으로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더 많은 사회가 된다면 그때도 정상의 기준은 현재와 같을까?
EBS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EIDF2016 대상 수상작인 <내추럴 디스오더(Natural Disorder)>에서 크리스티안-쇤데르비-옙센 감독은 정상성을 재정의 한다. 선천적 뇌성마비인 야코브 노셀이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통해 "과연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영화에서도 야코브를 통해 지적하고 있지만 현대처럼 과학이 담보하는 정상성의 맹신은 미래에 피 한 방울로도 장애를 감별해 죽음으로 내던지는 장애 감별사 같은 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대는 선천적 장애보다 후천적 장애가 훨씬 많다.
알게 모르게 내재된 이런 ‘모자란’ 기준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장애인을 기준 이하의 사람으로 만드는 트리거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는 좀 변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본 글은 강원랜드 복지재단 복지아카이브에 복지큐레이터로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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