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 부과된 범칙금을 아파트 관리소가 대신 납부하겠다는 동대표의 공고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개인적으로 동대표의 차량이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만, 어쨌거나 이 문제를 두고 한쪽은 “개인 범칙금을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관리비로 대신 납부에 대해 횡령을 운운 하면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다른 한쪽은 “어차피 야간에도 비어 있는데 가뜩이나 부족한 공간에 야간에만 대자는데 무슨 문제냐?”라는 의견과 “아파트 실정에 맞지 않게 장애인주차구역이 불필요하게 많다”라는 기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린 논란의 중심을 이해하고 있을까?”
이번뿐만 아니라 매번 논란이 되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주 쟁점은 ‘과태료’도 ‘비어있는 공간(잉여 공간)’도 아니다. 사실 이런 것들에 앞서 이 구역이 "왜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은 일반주차공간과 사이즈부터 다르다. 다시 말해 일반주차공간에 주차할 수 없는 혹은 하면 위험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다름 아닌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로 휠체어 이용자 혹은 그 밖에 이유로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이 차량을 피해 다니는 위험에서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굳이 이런 논란이 필요할까 싶다.
나는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목이 부러지면서 중추 신경이 죄다 끊어졌다. 그래서 사지육신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게다가 종종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견디기 어려운 통증이 찾아오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통증은 응급실을 가서야 잦아든다. 그렇다보니 언제 어느 순간 그 공간이 절실해질지 모른다. 그래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야간에 비어 있다고 해서 잉여의 공간으로 보는 건 옳지 않다. 뿐만 아니라 배려의 공간은 더더구나 아니다. 장애인 역시 시민으로 공공의 서비스를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은 부분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정책 개선의 노력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과 전용이라는 특정 대상을 만들고 이를 증명하는 장애인주차카드만 올려놓으면 프리패스 되는 현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보행이 불편하지 않은 비장애인도 이 카드만 올려놓으면 양심에 찔리지 않는 마법카드로 작동한다.
‘증’을 좋아하는 한국은 장애를 증명 하는 카드를 발급해 장애를 제한한다. 복지카드를 소지한 특정 그룹으로 분류하고 배려나 시혜의 대상으로 통째 묶는다. 이런 행정 편의로 발급되는 장애인주차카드는 정작 중요한 ‘보행 상 불편’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보행이 불편하지 않음에도 장애인주차카드를 마법카드로 써먹는 게 가능해 지는 게 아닐까?
그러면 만약 보행이 불편하지 않은 청각장애인의 경우 굳이 전용주차구역이 필요할까? 이렇게 '보행'에 매몰되다보면 청각장애인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주차장 보행 중 경적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점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보행 상 장애'의 범주에 포함해야 하는 게 맞다. 이처럼 주차장에 전용주차구역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필요하다.
어쨌거나 이렇게 특정 집단을 위한 '전용'이라는 특혜 아닌 특혜가 주어지다보니 특혜에 결핍된 사람들은 어떻게든 장애인주차카드를 손에 넣으려 혈안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적지 않은 대한민국이 유독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나 고속도로통행료 할인에는 장애인이 되려고 기를 쓰는 현실이 참 웃프다.
이 글은 <강원랜드 복지재단 아카이브> 복지큐레이터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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