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프고, 난 처복이 넘치고

by 암시랑

열심히는 아니지만 하고는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일과 중에는 메신저를 이용하지 전화는 하지 않는 아내인데.

아버지가 탈이 나셨나? 느낌이 쎄 해서 얼른 받았다.


지금 서울대 응급실이에요, 건조한 말투로 봐서는 아주 다급한 건 아닌가 보다.

왜? 아버지가 안 좋아지셨어?

아니, 엄마.

에? 엄마가? 왜?

저번에 고생시켰던 담낭이 또 문제네. 염증 수치가 엄청 높아. 그때 떼자니까.

에효. 그래서 지금은 좀 나아?

응급처치받아서 통증은 좀 덜하신 거 같은데, 염증 수치 떨어지면 수술하자네. 입원 대기.

아.

엄마는 연세도 많고 심장박동기도 달고 계셔서 지금은 수술이 쉽지 않다네. 내일 봐서 관 꼽고 처치하고 염증 수치 내려가는 거 봐서 수술 일정 잡는다고. 암튼 통합 병동 신청해 놨는데 자리가 없데. 보호자 있어야 한다고. 당신 어쩌지?


아내는 본인도 아파서 낑낑대는 와중에 시엄마 병원 수발하면서도 몸 불편한 남편 걱정이 먼저다.

그래서 퇴근하고 아들놈하고 잘 먹고 있음을 알렸다.

이런 사람 또 어디에 있을까.


아들 목이 부러졌을 때 엄마는 하도 답답해서 친구 따라서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내 사주를 넣었다.

5복도 모자라 6복 7복이니 걱정 말라고 하는 점쟁이를 빤히 보다가 엄마는 체념한 듯,


그 복 넘치는 놈이 목이 부러져 사경을 헤매는 중이라오.

어? 병신 사주는 아닌데? 걱정 말아. 다 나을 거요. 공부도 아주 오래 하고 석박사 다 하겠구먼. 딴 건 몰라도 처복은 타고났어. 걱정 마.


그랬다. 점쟁이는 거의 맞췄다. 나는 1년 넘게 사경을 헤매다 살아났다. 박사는 아니어도 석사다. 불편한 몸으로 이런저런 사고를 겪으면서도 죽지는 않는 걸 보면 명줄도 타고났다. 그리고 처복은 우주를 통틀어도 나만 한 사람은 없으니 말 다 했지. 몸에 장애가 남은 거는 틀렸지만 그 점쟁이는 분명 아주 용한 점쟁이었던 건 분명하다.


아내가 보고 싶다.


#일상 #공감에세이 #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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