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인문] 생각 빼기의 기술

by 암시랑


우리는 살면서 뭐 하나라도 더하려고 아등바등하며 산다. 뺏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뭐 그런 십이지장충 같은 인간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 책의 제목은 '빼기'다. 삶의 진정한 기술은 빼기로 풍요로워진다는 게 골자다. 특히 생각을 빼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뭘 가졌든 간에 손에 쥔 무엇인가를 뺀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배우는 게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가 아닌 듯해서 제목이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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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마치 잡동사니로 가득 찬 창고처럼 정신적인 잡동사니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잡동사니를 보면 보통 마음이 심란해지듯이 정신적인 잡동사니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도 신물 날 정도로 심란한 마음 상태가 된다." p7


어릴 때 "좀 생각하고 말하지?" 혹은 "넌 도대체 생각이 있냐? 없냐?" 같은 말 따위를 그동안 밥그릇 수만큼 먹고 자란 세대인 나에게는 생각은 많이 해야 하고 심지어 '숙고'까지 해야 하는 무거운 것이다.


한데 생각이 많은 건 '잡동사니를 짊어지고 사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순간 암전 된 것처럼 멈칫했다. 심신이 너무 피로해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이 아닐까 싶어 진료하다가 스트레스가 심해도 육체적 질환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는 주치의의 말에 충격이었는데 그 일이 떠올라 좀 심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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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삶은 왜 이리 고단한 것일까?"라는 말에 울컥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려나. 문득 나만 이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저자의 구분에 따르면 극단적이거나 모 아니면 도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 나는 범주적 사고자에 가깝다. 다양한 연령층의 여러 사례를 통해 심리적 측면의 문제를 짚어주는 저자의 조언이 있으며, 충성한 직장에서 팽을 당한 중년 가장의 '결혼은, 처음엔 달콤하지만 그 순간은 짧고 긴 의무감만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라는 사례는 많은 부분 공감이 됐다.


또한 과거의 기억 속에 늘 부정적이던 부모를 통해 매사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례를 통해 "부모도 인정해 주지 않는 자신을 스스로가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p72"라는 지적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많은 부분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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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성취한 사람들의 성공만 기억하지 그들의 많은 실패감을 견딘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는다."라거나 "자존감이 마술 부리듯 (중략) 올리려고 마음먹는다고, 상담 몇 번 받는다고 쭉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p87"라는 말과 함께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당연하지만 자존감이 낮다는 것에 매몰되어 시작도 못하는 것을 저자는 우려한다. 성공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수용과 포기, 너그러움과 용서 등 스스로를 감정의 골에 가두는 것들에 대한 현명한 대처로 힘 빼기 혹은 내려놓기가 필요한 이유를 쉽게 풀어주고 있다. 게다가 꼰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생각의 노화 방지 조언도 해준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는 쌓이고 쌓인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방법은 과거 혹은 엉키기 시작한 옛일이 아닌 지금-여기를 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전한다. 어쩌면 "생각한 데로 이루어진다." 말처럼 말조심이 아니라 생각 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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