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인문]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by 암시랑


정치에 충분히 진절머리를 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에서 '청년'이라는 대표성이 없다면 읽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고구마 정치 이야기하는데 빨간색이라니.


솔직히 이 책이 기득권자로 대변되는 노인들이 정치적 실권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의 망해가는 정치판을 통렬히 꼬집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한데 청년 정치 이야기라기보다 헬조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기성세대(오해 마시라. 나도 50살 먹은 기성세대다. 미안해서 그런다, 미안해서. 내 아이들한테)의 역할과 그 안에서 쪼그라들고 버티기 힘겨운 청년들의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좀 더 많다.


2018년을 기점으로 인구수는 절벽에 바짝 다가섰고 이제 추락하는 일만 남은 인구감소는 현실이라는 여러 보고서가 있다. 얼마 전 뇌 수막염으로 아들 녀석이 병원 입원한 일이 있었는데, 산부인과로 유명해 늘 북적대던 병원이었음에도 산부인과고 소아과고 한산했다. 확실히 인구는 줄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생산 가능 인구의 급감을 의미함과 동시에 반면 절대 소비인구인 노인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영리한 정치꾼들은 보다 나은 정치라던가 국민 생활 수준 향상 따위의 거시적 목표가 아닌 지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표'를 위해 줄을 선다. 저자의 지적처럼 그들의 표는 모두 노인들을 향한다. 과연 이런 정치가 장애인인 나를 포함한 청년들 같은 소수의 권리와 행복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우려의 대표성을 청년으로 하여 기성 정치의 문제와 한계성을 지적한다. 청년 정치가 해답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견제가 될 수 있으며, 이탈리아의 부패정권을 끝낼 수 있었던 오성정치운동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한데 우리 역시, 말도 안 되는 정권을 끝낸 촛불집회가 있지 않은가.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나저나 군부독재를 끝냈던 민주화 세대는 '똥 치운 세대'였다. 한데 그들이 정치판에 입성하고 '똥 싼 세대'로 치부된다. 왤까?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들이 만들고 싶어 했던 모두가 잘 사는 그런 나라는 어디 있을까. 그들의 작태는 분명 꼴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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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개의 파트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이 책은, 첫 번째 파트에서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실태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삶이 왜 그렇게 팍팍한지, 현실적인 대안 하나 없이 경쟁과 자기 착취에 내몰리는 그들의 현실적 상황을 읽다 보면 고구마 백만스물 한 개는 입에 물고 있는 듯하다. 이어 두 번째 파트는 그들을 가록 막고 있는 기성 정치판에 대한 작태를 고발하고, 세 번째 파트에선 그리하여 퇴보할 수밖에 없는 청년정치의 현실을 꼬집는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파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청년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많은 청년이 어른이 되었다는 해방감에 기뻐하기보다는 갑작스럽게 어른이 되었음에 적잖이 당황한다." p27
"하지만 꿈을 이루게 될지라도 결국에는 역설적으로 개인의 삶을 가장 피곤하게 하고 때로는 포기하게끔 하는 것 역시 직장이다." p41
"대한민국의 미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병들어가고 있다." p55


관태기가 늘고 개인적 시간을 늘리는 현상은 자발적 비혼자를 양산하고 이는 경제적 크기를 줄이는 부메랑이 되는데 이런 1인 가구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정치권을 꼬집는다.


"그들의 공통된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신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p132


국정 농단을 일삼은 박근혜 정권을 끄집어 내리는데 팔을 걷어붙인 청소년들을 두고 한 저자의 말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이라는 책임감만을 강조하고 떠넘기면서 정작 표를 얻기 위해 노년층의 정책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대한민국 정치가 당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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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알아?'라는 무시 섞인 말들이 더 이상 무색하게 청년 유권자들이 권리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만 대한민국은 분명하게 미래가 있다. 기성 정치가들의 철저한 반성은 우주가 쪼개지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있을 턱이 없을 테니 그저 이제 다 국회를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 강렬하게 들었다. 젊은 정치가에게 이어줄 정치적 신념과 지혜가 있는 기성 정치가가 우리에겐 있을까.


이 책은 청년들의 정치적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다 불안하고 미성숙하게 치부하는 기성세대와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노오오오력이나 분발을 강요받는 청년세대 사이의 괴리를 통해 보다 나은 현실 정치를 꿈꿔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삶의 연륜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어른스러운 지혜는 옛말이라는 저자의 말이 안타깝다.


이 책은 기회를 박탈 당한 청년들의 절절한 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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