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초역, 발터 벤야민이 남긴 '픽션들'
발터 벤야민?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작가로 언어철학자, 문예학자, 비평가, 번역가로 독일 유수의 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여러 신문사와 출판사에서 글을 기고하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 책은 <고독의 이야기들>은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그의 42개의 단편들로 꿈, 여행, 놀이와 교육론을 주제로 상상력과 철학이 담겼다. 그리고 그의 유일한 문학작품집으로 삶에 천착한 주제를 문학으로 펼쳐냈다.
생소한 그의 문학적 깊이도 궁금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카소를 닮았다고 느낀 파울 클레의 그림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음…. '집필 시기가 정확하지 않은, 미발표'라는 그의 유작 단편은 머릿속에서 뒤엉키는 느낌이다. 볼일 보러 들어갔다가 미처 끝을 내지 못한 일처럼 끝을 보지 못한 이야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달까. 이해를 했냐 못했냐의 차원이 아니다. 끝이냐 아니냐의 경계도 모호하달까.
발터 벤야민의 습작이었을까? 아이디어 노트? 대체로 상상력을 토대로 살짝 우울감이 양념처럼 첨가된 이야기들은 비평가가 아닌 이상 보통의 독자에게 이해를 바라기엔 다소 짧고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언어가 다른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데다 상상력이 그만큼 미치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방금 전과는 또 다른 목소리, 들리지 않는, 하지만 말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37쪽, 저녁의 목신
"상상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 사이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 있는 그리움. 그런 그리움은 이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뿐이다. 그리운 사람은 이름 속에서 생명을 얻고 몸을 바꾸고 노인이 되고 청년이 된다. 이름 속에 형상 없이 깃든 그는 모든 형상의 피난처다."
51쪽, 너무나 가까운
내용을 이해하고 말고의 의미와는 별개로 이렇게 선명하게 설명되는 꿈이 신기하다. 보통 꿈은 대부분 조각나 흩어져 이야기 구조나 설명이 안 되는 게 대분일 텐데. 하지만 그렇게 풍부하게 표현되는 그의 글에선 눈길을 잡아끄는 수려한 문장들이 넘친다.
인간의 이성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꿈, 도시의 어두운 골목 매춘부와의 성적 긴장, 여행이 가져다주는 상상력, 아이, 놀이로서 도박과 점성술 등 그가 고민했던 주제들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을 <편집자 해제>에서 "한 편 한 편이 그 자체로 실험적 글쓰기이고 이런 글들은 그가 비평에 필요한 아이디어"였을 것이라고 하는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휘젓는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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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