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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예술] 연예계 비공식입장

|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내일을 여는 30인의 이야기

by 암시랑


저자 이하은은 크고 작은 영화 배급사와 연예 소속사를 거쳐 YG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가수와 배우들의 홍보, 마케팅, 콘텐츠 기획, 해외 매니지먼트 등 업무를 10여 년 담당했다.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에디터로 매거진 <B>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는 엔터 업계를 떠났지만 그리움을 담아 그곳에서 분투 중인 서른 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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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를 주인공으로 기획한다면 어떤 제목이어야 할까? 서른 명 인터뷰이의 마지막 질문을 내게도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그냥 질문만으로도 벅차다.


이 책은 HYBE, SM, YG, JYP, FNC 등 엔터테인먼트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오늘의 고민'과 '내일의 꿈'을 담은 인터뷰집으로 제작과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와 현장 케어, 미디어와 콘텐츠 기획, 팬덤 및 사업 전략과 운영 지원의 4개 파트, 30명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았다.


첫 번째 인터뷰이, 새로운 인물의 오디션과 캐스팅을 14년째 해오고 있다는 현우진의 이야기를 읽다가 울컥했다. 어디나 어느 직종이나 결국 '잘 버텨낼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구나 싶어서 그랬고, 또 나는 그걸 잘 못해냈다는 후회가 들어서 그랬다. 좀 울었나? 그랬을지도.


대학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었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쌩철야를 하면서도 행복했던 날들, 오죽하면 신혼집을 팔아서 스튜디오도 차렸을까.


방송 시간이 코앞인데 아직 편집을 하지 못해 베타 테이프에 반만 담아 편집실로 우선 보내고 나머지를 들고 퀵 오토바이에 매달려 편집실로 달렸던 그때의 시간들이 치열했으면서도 다시 맛보지 못할 행복함이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장애인복지관 면접에서 관장은 웃으며 "받던 연봉보다 훨씬 적은 데도 여기서 일할 수 있겠어요?"라고 했었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주시는데요?"라고 되물었지만 어쨌든 뽑혔고 반 토막 난 연봉을 받으면서 12년 넘게 일했다. 하지만 결국 잘 버텨내지는 못하고 복지관을 떠났다.


어쩌면 영상 10년 차인 안주희 디렉터의 말처럼 그냥 '멋진 일'을 하게 될 줄 알고 뛰어든 열정 가득한 사람들이 천지삐까리인게 이 바닥일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비전을 찾고 차근차근 자신의 것을 쌓아 나가는 일 자체가 행복할지 모른다. 게다가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된다는 일은 상상만 해도 벅차지 않은가.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서 허구한 날 철야를 하며 작품을 만들던 때가 그리워졌다. 당시에는 인터뷰이들처럼 딱히 사명감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다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애니메이션을 내 손으로 직접 제작해서 극장이나 TV에 나오게 한다는, 그 작품들이 전 세계 아이들이 보고 자랄 것이라는 뿌듯함이 있었다.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네댓 곳의 회사를 거치면서 꽤 많은 작품들에 이름을 올렸던 그때가 많이 그리워졌다.


이 책을 통해 알만한 연예인들의 데뷔나 노래 등 비하인드를 엿듣게 되는 느낌이랄까. 허술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K 문화로 변화시키고 이끌어 가는 숨은 주역들의 이야기는 가슴 벅차기도 재밌기도 했다. 그리고 몰랐던 다양하고 세부적인 직종들도 알게 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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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저도 졸업 후에 다른 일을 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서 제가 원하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왔잖아요.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배운 것이 헛된 시간은 결코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대단한 이상을 꿈꾸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돌고 돌아 최적의 길을 찾아낸, 유통 6년 차 김효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엔터 산업에서 발로 뛴 서른 명 선배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막연하던 꿈에 보다 현실적이고 비전을 그려 볼 수 있다. 비단 연예인이 되겠다, 가 아니라 이런 산업에 발을 담그고 싶다면 꿈을 좇는데 나침반이 되어 줄 보석 같은 책이 아닐까 아주 많이 흥미로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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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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