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간을 초월한 서른 번의 꿈
물리학자, 인문학자이자 작가인 앨런 라이트먼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조교수, MIT에서 물리학 선임 강사를 거쳐 현재는 인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 <아인슈타인의 꿈>은 1993년에 발표한 그의 첫 소설로 30여 개국, 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시간'을 소재로 한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아름답고 철학적이라는 평을 받는 책이다. 그 외 <진단>, <초월하는 뇌>, <과학이 세상을 바꾼 순간> 등을 썼다.
요즘 EBS의 <취미는 과학>이라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는데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까지 마구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신기하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한 과학의 세계를 경험하는데, 그중 하나가 양자물리학을 두고 참석자 29명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였다던 1927년 솔베이 회의의 뒷이야기였다.
당시 양자역학에 부정적이던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대립과 결국 그렇게 반대하던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로 양자역학의 토대를 닦았다는 뒷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아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삶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길 바란다."라는 저자의 말을 느리게 곱씹으면서 추천사에서 구병모 작가가 인류 종말이 디스토피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말로 연결되고, 결국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어린아이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챗 GPT에게 물었다.
챗 GTP의 답변에 '왜 공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꼬리를 물며 질문을 이어가다 보니 무거운 것은 중력이 강하고 그런 것들은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래서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걸 그렇게 오래전에 알아냈단 말이야?
모든 물체는 세 가지 방향이 있고, 서로 다른 방향을 따라 시간이 움직이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은 같은데 일어나는 운명은 다르다는 이 기막힌 세계가 실제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우리가 아는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기 때문에 과거는 현재에, 현재는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 한데 시간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 혹은 원이라면? '지금'은 존재하는 것일까? 인류가 밝혀낸 가장 무거운 블랙홀이 빨아들인 시간은 얼마나 느릴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고 상상하게 된다. 신기한 일이지만 어쩌면 오늘 내가 한 일이 수백 번 반복된 일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곧 끝나리라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들 같은 운명일까. 한 달 남은 세계는 평등의 세계다." 61쪽
구병모 작가가 추천사에 언급했던 문장을 읽는데 새삼 소름 돋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탐욕이 기본 옵션인데 살아남고자 혹은 이왕 가는 거 마음껏 약탈과 욕망 분출에 매진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동안 봐왔던 거의 모든 영화의 디스토피아가 그랬는데 갑자기 평등의 세계라니. 그랬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인간이 그럴 리가 있을까라는 의심을 한다.
어떤 세계는 시간이 현재만 머물고 또 어떤 세계는 시간은 질서가 된다. 또 시간이 멈춘 세계도 있다. 그려지는 각각의 세계를 상상한다. 행복할 것인가? 사는 맛은? 고통스럽지만 시간은 흘러야 사는 것 같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상상력은 둘째치고 섬세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그동안 타임 루프 영화에서 봐왔던 장면들을 되새김하게 만든다. <백 투 더 퓨처>가 그랬고 <사랑의 블랙홀>, <어바웃 타임>,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그랬다.
그가 이 책 속에 그려낸 상상들이 튀어나와 엄청나고 거대한 상상들로 구현되고 그 상상들은 다시 조각 나거나 들러붙어 새로운 상상이 빚어낸 이야기를 그동안 봐왔다는 게 감사할 지경이다.
인간은 시간을 시계에 가뒀고 시계는 숭배의 대상이자 두려움이었으며 인간은 그 후로 인간의 순례가 시작되었다는 슬픈 현실이 상상처럼 그려져 정작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확인할 수 없을 지경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어떤 시간에서 존재하는 것일까를, 또 다른 세계에 있을 나를, 부디 그 세계에서는 건강하기를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당신의 시간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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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