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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인문] 삼국지 인생 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 전략

by 암시랑

중국 나관중의 고전 <삼국지>를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나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 심리와 전략으로 현대에 맞게 인문학자 김태현이 재해석했다.


<삼국지>는 수많은 번역가가 있을 만큼 읽는 맛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이문열 평역이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도서든 영화든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게 게 삼국지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에도 각자 그들이 가진 인간미와 정치적 욕망, 사랑 그리고 관계들이 어디 하나 허술한 곳 없이 촘촘하게 연결되는 구성에 입이 떡 벌어지니 말이다.


이런 대서사를 <군주론의 인생 공부>, <파스칼의 인생 공부> 등 인생 통찰에 대해 고전의 메시지를 풀어내는 저자의 관점을 기대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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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으로는 시대와 전략의 감각, 리더의 조건, 신뢰와 통찰, 집념과 의지, 인간 본질을 주제로 총 5장 30개의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관도대전과 적벽대전 등 전투 장면이나 익숙한 영웅호걸들의 선택과 결정을 리더의 입장에서 단순한 승패의 기록이 아니라 심리와 전략을 살펴본다. 또한 부록으로 조조와 유비 등 주요 인물의 MBTI 성향을 분석해 흥미롭다.


저자는 장비와 항우는 열혈 장수로서의 신의와 신념을 굽히지 않는 문제로 결국 죽음에 이르는 예를 들면서 리더는 신념과 신뢰를 절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조직이 성장하는데 리더 한 명의 역량만이 아니라 구성원을 신뢰하고 전체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신념과 포용의 균형 잡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둘은 부하의 배신으로 죽었다.


KakaoTalk_20251017_100629321_02.jpg 39쪽


개인적으로 삼국지 인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않지 않고 조조를 말해 왔는다. 보통 야비하고 음흉한 권모술수나 쓰는 시정잡배 취급하지만 조조가 18살에 했다는 이 말에 적잖이 충격이었다. 물론 자신의 오랜 벗 여백사를 오해하고 주저하지 않고 씨를 말리며 내뱉은 말이긴 하지만, 열여덟에 나는 뭘 했을까 싶고, 요즘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일이긴 했지만 자신이 내린 결정과 벌어진 일을 신속하고 냉철하게 수습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추진력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는 필요한 리더의 자질일 수도 있겠다. 세상을 향해 포효하듯 외친 크고 담대한 포부가 얼마나 멋진가.


"조조는 여백사 사건 이후 감정적 판단을 경계하며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이기기 위해 사람과 상황을 도구처럼 바라보는 냉철한 승부사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역사 속 수많은 전장에서 실제로 그를 이기게 만든 힘이었습니다." 45쪽


또, 저자는 항우와 우희의 관계를 남녀의 사랑을 넘어 인간관계의 존중으로 풀어내며 관계는 조건이 아닌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런 의미를 '지기(지기)'라는 감정이라며,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KakaoTalk_20251017_100629321_03.jpg 180쪽


부록으로 제공되는 영웅들의 MBTI는 흥미롭긴 하지만 내 MBTI와 맞는 인물이 없어 아쉬웠다. INFP는 영웅 기질이 없나?


조조 ENTJ, 대담한 통솔자형 / 유비 ENFJ 정의로운 사회운동가형 / 손권 ISTJ 청렴한 논리주의자형 / 제갈량 INTJ 용의주도한 전략가형 / 관우 ISTJ 청렴한 논리주의자형 / 장비 ENFP 재기 발랄한 활동가형 / 사마의 INTJ 용의주도한 전략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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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쪽


이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의 인물들을 통해 삶의 통찰과 자기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책이라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삶과 선택을 돌아보게 해서 리더십이나 조직,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수많은 장수들과 책사들의 지략 싸움의 감동을 느끼기엔 그들의 서사가 너무 부족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삼국지를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저자가 짚어내는 통찰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리더의 자격을 갖추고자 하거나,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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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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