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에세이] 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by 암시랑

향용이란 이름이 독특하긴 하지만 예쁘진 않은 건 아닌데, 원래 있다는 그 예쁜 이름이 궁금해졌다. 어쨌거나 연애사 13년 중 절반 이상 우울의 바다에서 헤매는 남자친구를 태운 배가 난파되지 않게 하고 아등바등하고 있다니 이 일 또한 궁금하다. 그것도 즐겁지가 쉽지 않은 일인 텐데.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1.jpg


"살면서 자연스럽게 맞을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사소한 갈등을 겪으며,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만 안고 살 수 있다면 그건 참 다행인 삶일 것이다." 13쪽


5년의 연애 동안 대부분 우울한 남자 친구와 보내느라 정작 우울의 세계를 잘 모르겠다고 자조하는 향용이는 자신의 일기 같은 이 이야기가 우울의 세계 이해를 돕자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에 대한 지침도 아니라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시작하는데 괜히 마음 한쪽이 찡했다.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2.jpg 20쪽_재밌는 사람


아 씨, 나는 이해를 못 했다.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3.jpg 68쪽


향용이가 우울을 경험과 연결 짓는 이유가 대부분 사람들도 종종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종종이 자주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대부분 그런 시간에 빠지게 된다면 감기처럼 타이레놀 한 알에 똑떨어지는 게 아닐 것이라서 감기니, 의지니, 게으름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거라는 걸 공감하게 된다.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4.jpg 85쪽, 가혹한 말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5.jpg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6.jpg
KakaoTalk_20251021_102248905_07.jpg
91쪽, 141쪽, 165쪽


"한 아이가 자신의 그림자가 쫓아오지 못할 때까지 달리기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자신의 우울증이 나을 수 있다고 믿는 남자친구가 그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가 자신의 의미 없는 인생을 말하게 될 상봉이가 슬펐다." 185쪽


우울증을 '앓는다'라고 하지 않고 '겪는다'라고 말하는 향용이가 상봉이의 터널은 끝이 없을 거라 포기하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도 괜찮다'라는 마음이 겁나게 아팠다. 그리고 향용이가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우울증에 패배하지 않는 방법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괜찮은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라고, 글을 쓸수록 그 믿음과 다짐이 견고해지고 단단해졌다." 214쪽


이 책은 중증 우울을 겪고 있는 남자 친구와 살고 있다는 희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남자 친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또 사랑하는 법을,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라서 시큰해지는 책이다. 물론 끝이 있다는 게 한시름 놓게 되지만.


그리고 ‘우울증’이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보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으로서의 ‘우울’을 보여주고 있어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또 삼각김밥같이 생긴 향용이와 상봉이가 서로 잡은 손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알은브이디한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 중에 하나는 향용이의 잔잔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는 저절로 위로받게 되고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느린 회복도 충분히 괜찮음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우울의 바다에서 방향을 잃었거나 혹 막 바다로 나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폭풍이 잔잔해지는 마법을 경험할지도 모르겠다. 참, 매력적인 책이다. 아니 향용인가?



#상봉아우울해 #향용이 #비전비엔피 #서평 #책리뷰 #도서인플루언서 #우울증 #연애에세이 #일상툰 #그림에세이 #공존 #돌봄 #회복 #정신장애 #추천도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문] 삼국지 인생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