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재즈가 필요한 이유
재즈를 잘 모른다. 그저 느릿하고 끈적한 멜로디와 즉흥적으로 터져 나오는 스캣을 듣고 있으면 가슴 어딘가 가렵긴 하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다.
스스로 엉뚱한 부류라고 말하는 저자 임미성은 음악적 즉흥성과 자유로운 표현을 삶의 태도로 연결하는 재즈 보컬리스트다. 파리와 유럽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그곳 뮤지션들과 독창적인 프로젝트 그룹 <코리안 포에틱 재즈> 만들었다. 1집 <바리공주>, 2집 <용비어천가>, 3집 <오감도>를 만들고 부르면서 한국 고전과 재즈를 결합하는 시도를 해왔다. 현재 4집을 준비 중이고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재즈 칼럼을 연재한다.
조금은 낮은 조도 빛과 그런 전구처럼 낮은 멜로디가 진동처럼 퍼지는 골목 깊숙한 어느 바를 상상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연주하듯 읊조리는 털어놓는 그의 옆에서 무릎을 바짝 가슴에 당겨 붙이고 이마를 무릎 위에 얹는다. 그런 채로 있는 대로 귀를 열고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처럼 책을 읽었다.
"친절하고 완벽한 AI의 세계에는 '그냥', '갑자기', '왠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매끈한 정답의 세계에서는 어떤 상상도, 고유한 감흥도 일어나지 않는다." 7쪽
어느새 AI가 지배하는 인간적인 삶은 추론과 논리적이어야 제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삶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고 틀리면 제대로 고꾸라지는 세상이 되었음에도 저자는 '삶은 즉흥적이고 그래서 정답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평생을 재즈 뮤지션으로 살아온 재즈적 시선을 우리 삶에 투영한다. 아, 그의 재즈적 시선이 참 매력적이다.
무작정 몸을 내던진 파리 유학 시절의 생고생했던 고생담과 프랑스 재즈의 역사와 정책, 지원 등이 적당히 뒤섞여 흥미롭게 끌어간다. 특히 유럽을 떠돌며 재즈에는 틀린 음이란 없고, 그저 낯선 곳의 변주가 있을 뿐이라는 철학을 채워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음악, 철학, 종교, 과학을 넘나드는 그의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로운데 인생은 정박이 아니므로 정답은 엇박이라도 즉흥적인 수많은 변주가 가능하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얼마 전, 인생 끝에 다다른 표정으로 공부가 정말 하기 싫다고 선언한 고삼 아들이 먹고 자고 게임하고를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들의 삶을 응원하지 못했는데 은근 위안이 됐다. 그래, 인생이 공부 잘해서 좋은 곳에 취업해서 돈 많이 버는 삶만 정답일 리 없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왜 울컥하지?)
아마, 즉흥 연주가 순간적 느낌의 연주가 아니라 수많은 연습의 반복의 결과라는 말을 보고 말아서일까? 결국 어떤 정답에는 필요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인 것 같아서 많이 슬프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우리는 팍팍하고 지난한 삶의 대가를 낭만과 동심을 잃는 것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삶에서 즉흥과 감동은 모두 순간적일 테니 그런 불확실성과 실수, 즉흥적인 순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그의 말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곳곳에 평범한 일상도 음악처럼 재해석할 수 있다는 그의 시선은 완벽한 삶의 피로감을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처럼 담긴다. 명확하게 정박이 아닌 엇박의 삶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자신의 삶을 연주해 보고 싶게 만드는 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유튜브를 뒤적여 그의 <공무도하가>의 애절한 가락을 듣고 말았다.
https://youtu.be/bnYjA3JwaFc?si=ckOuW9e_a0Lk3QAy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와 유럽을 떠돌며 일상에서 느꼈던 재즈적인 사유를 마치 부드러운 스윙 리듬처럼 문장으로 펼쳐내 정답을 쫓느라 지친 현대인이라면 한 박자 쉬거나 때론 엇박으로 전혀 다른 시공간을 꿈꾸게 되는 보기 드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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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