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 여성의 임신을 둘러싼 시선들
2024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 섹션 초청작이자, 제24회 가치봄영화제 초청작.
우연히 보았던 예고편에서 휠체어를 탄 여성이 "17년을 걷고 18년을 굴렸다"라는 읊조리던 대사가 엄청 크게 고막을 울렸다. 마치 성당 종탑 옆에서 듣는 종소리처럼, 전율이 일었었다. 나 역시 21년을 걸었고 35년을 굴리고 있는 중이라서.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둘' 사이를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그린다. 은진(김시은)과 호선(설정환), 은진과 지후(오지후), 은지과 신 의사(오지영), 은진과 해수(강말금), 은진과 엄마(최지연) 그리고 은진과 쪼꼬.
후천적 장애인 은진은 자신의 에세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 호선에게 알리는 걸 망설인다. 호선은 교수 임용이 밀리는 와중에 수업이 줄어들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만 역시 은진에게 알리지 않고 감내한다.
은진의 임신을 두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신 의사에게 은진은 날카롭게 반응하고 신 의사 역시 '누구나' 그럴 수 있음을 설명하며 업무적으로 반응한다. 한편 모두 은진의 임신을 두고 우려와 출산을 말리는 시선과 달리 따뜻한 위로와 지지를 건넨 지후에게 은진은 정신적으로 의지한다.
갑작스러운 장애를 겪는 자신을 돌보며 고생한 엄마의 여전히 안쓰러운 시선이 부담스러운 은진은 마음과는 엄마를 밀어내기 급급하고 갖은 검사를 하면서 쪼꼬가 출생 후 짊어질 운명을 예측하면서 스스로 죄책감을 쌓는다.
그렇게 영화는 여성의 임신이 아닌 장애 여성의 임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좇는다.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회에서 임신한 하지 마비 여성이 겪어야 할 일반적인 시선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의도적으로 대립적인 사회적 편견보다는 온정적으로 집중한다. 하지만 그래서 장애 여성의 임신이 인간적인 관계라기보다 이상적인 관계로 치닫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지만 그럼에도 장애 여성의 임신을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보다는 보통의 임산부가 겪는 내적 감정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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