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경제] 언스케일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규모의 경제학​

by 암시랑

"마침내 기술이 인간에게 맞추는 시대."라는 문장이, '마침내'라는 단어가 주는 이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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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들이 옥죄는 삶이었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따라가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하면 뒤쳐지고 나락으로 떨어질 듯한 불안한 기분을 달고 살아야 했는데, 이 마침내라는 종결형 단어는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선포다.

굳이 내가 배우려 애쓰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 내게 맞춰 변화하는 것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자인 저자는 '탈규모의 경제화'에 주목한다. 이미 조성된 어마어마한 구조적 환경을 얼마든지 빌려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는 논지다.

툴먼의 "건강하게 살기 너무 어려워진 세상이 그저 놀라울 뿐이에요."라는 말처럼 수명은 길어지고 질병은 넘쳐나는 이런 시대에 의료는 '리봉고'같은 기술력으로 다이어트가 필요한 탈규모화가 절실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우리 살고 있는 도시의 기반시설 그러니까 도로나 전기 등의 시설들이 인프라가 아닌 플랫폼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경제학 관점이 흥미롭다. 또한 이런 것들로 인해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성공'이라는 경제적 지위는 '관점의 변화'가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히 상상력의 시대다.

한편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경고성 억양으로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이 잃어야 하는 일자리의 수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가속될 것처럼, 옥스퍼드 연구진의 '기계가 현재 인간이 하는 작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빌려 불안한 미래를 부풀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인류 역사는 계층이 늘 존재해 왔고 그건 새로운 미래가 오더라도 변함없다고 보면 일자리가 없어도 생존이 가능하다면 놀고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아마 없어지는 만큼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닥치지도 않은 미래 걱정한다고 내 미래가 환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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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과 탈규모화를 이끄는 동력은 불가피한 변화를 일으킨다. 인공지능 기술의 진전을 막을 수는 없다. 유전자 분석, 3D 프린팅,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그리고 여기서 언급한 다른 모든 것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이 기술들은 20세기 규모의 경제를 해체해 21세기 탈규모의 경제로 대체할 동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다. 이 과정은 이미 10년 동안 진행됐으며, 앞으로 10~20년 동안 한층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p260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은 탈규모의 경제화를 이끌고 사물인터넷 역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이 가상과 증강 현실로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확장시키고 있고, 무인 자동차와 드론, 3D 프린팅, 블록체인 등의 활약으로 자율 주행의 시대를 만든다고 하고 있으며, 이런 모든 것들은 기존의 플랫폼과 연결되면서 점점 규모는 축소되고 심지어 혼자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토대로 새롭게 변화하는 모든 것들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와 아울러 도덕적 윤리나 책임성, 개인정보, 또 기술발전에 따른 알고리즘 자체의 위험성이나 기타의 우려되는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동시에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부분에 먼저 민감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던지는 중요하게 고민해 볼 화두는 '어차피'다. 기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현시점에서 탈규모화는 어치피 확대 재생산될 것이며, 그런 소용돌이에서 누가 어떤 혁신을 만드는 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다. 이끌지, 살아남을지, 변화할지 모든 것은 탈규모화에서 시작한다는 것. 이미 시작됐다는 것. 주인공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저자가 은근슬쩍 자신의 투자처를 흘려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연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어느 정도 청사진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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