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같은 인생, 찰떡같이 만드는 비법2

# 나 쫌 억울하지 않겠어?

by 암시랑

난치병을 앓았던 기억을 더듬은 에세이를 읽었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러다 잊고 있었던 내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는 시간이 되었다.


누군가 죽었다 살아나면 '덤으로 얻은 삶이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뭐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누군들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쨌거나 나 역시 21살에 목이 부러지면서 죽었다 살았다. 그랬더니 대번에 그 '덤'의 시선으로 열심히 살아야 함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펄떡거리는 젊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하루아침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전신마비라는 현실을 말도 안 되는 형벌이었다.


그다지 살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호흡할 수 없었던 게 오히려 다행이라 여길 만큼 난 맘만 먹으면 숨 하나 끊는 게 너무 쉬었다. 그냥 잠만 자도 내 숨은 자동으로 멈췄다. 불행한 건 내 목을 뚫고 들어온 관으로 기계가 숨을 불어넣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나도 모르게 선잠이라도 들면 그놈이 병원이 들썩일 정도로 울어대는 통에 중환자실 간호사가 누구랄 것도 없이 달려들어 잠을 자지 말라며 가슴팍을 내리쳤다. 빌어먹을 사람이 잠도 안 자면 어쩌라는 건지.


사람이 안 자면 어찌 되는지 그때 아주 생생한 경험을 했다. 난 먹고 싸고 자는 시간을 빼고 대부분을 운동만 하다 보니 온 몸이 근육질이었다(자랑이 아니라 진짜 그랬다.) 그런데 입원하고 잠깐의 조는 걸로 수면을 대신하며 잠을 자지 못했더니 한 달도 안 돼서 그 근육들은 모두 집을 나갔다. 먹을 거 안 먹고 하기 싫은 운동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잠만 안 자면 살이 쪽쪽 빠진다. 기똥찬 다이어트 방법이다.


중환자실에서 반년을 살았다. 볼 거 못 볼 거 다 봤다. 삶과 죽음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일이란 그다지 유쾌한 일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대부분 중환자실의 환자는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인데 나는 그 정신줄을 꼭 붙잡고 있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재미없는 공간이었지만 가끔 재미있던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스펙터클하고 버라이어티 하게 살아 난 일이 '덤'으로 치부되는 건 아무래도 좀 억울하다.


솔직히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겨운 일이라는 건 경험해 보지 않으면 누구도 모른다. 그런 일을 '덤'이라니. 좀 많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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