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중 나를 살린 음식

강동구 할머니 추어탕집 소개(내돈내산)

by 암슬생

만자씨(필자의 별명, 암환자씨 음차)는 '20년 8월 암 환자가 된 이후 9월 수술, 다음 해 '21년 5월 5일까지 12회 항암을 했었다.


'21년은 몸도 힘들고 치료에 집중코자 1년간 병가 휴직을 냈다. 수술 후유증에, 처음 하는 화학항암에 부작용들이 많이 나타났었고, 특히 식욕저하, 울렁거림 등으로 식사를 하는 게 제일 고역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려 먹으려니 먹는 문제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근데 그때 나를 살려준 필살 음식이 있었다.


"추어탕"


단백질 덩어리의 영양 만점 음식.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은 암 환우에겐 최적의 메뉴였다. 물론 몸에서 받아야만 했다.


원래 추어탕을 좋아했지만 발병 후 얼마 동안은 그 좋아하던 삼계탕도 거들떠보기 싫을 정도로 입맛이 변했었다.


꼭 임신부처럼 뭔가 막 먹고 싶다가도 정작 먹으려 하면 먹히질 않았다.

그래서 항암 초기엔 버려진 음식이 정말 많았다. 천만다행으로 추어탕은 아주 잘 받는 편이었다.


아프기 전에도 종종 가곤 했던 집 근처 유명한 추어탕집. '강동 할머니 추어탕집'은 내겐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곳이다.

그 당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었다. 물론 완탕은 아니고 반탕, 아니면 1/3 탕.


그래도 그걸 먹으면 심적으로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암 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는 압박에 늘 시달린다


암 환자는 잘 먹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느낀다. 잘 먹지 못하면 피검사 결과 각종 수치들이 나쁘게 나올 수 있고 항암을 걸러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잘 먹으면 내 몸이 잘 버티는 것 같아 희망이 생기고 의지가 생기는 이유 일 수도 있다.


그 당시 나는 할머니 추어탕을 먹고 힘과 에너지, 희망과 의지를 키웠던 것 같다.

너무 붐비는 집이라 오후 두 시 넘어서 가야 눈치 없이 혼밥을 할 수 있었다.


오늘, 그 집에 오랜만에 가서 혼밥을 했다.

와이프, 아들 녀석과 스크린한판 끝내고 늦은 점심.

와이프는 못 드시고 아들 녀석은 오후 네~다섯 시나 돼야 첫 끼를 먹는다.


오랜만에 혼밥 하기로 하고 들른 추어탕집.

2시 30분인데도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시래기를 넣은 추어탕과 돌솥밥(12,000원).

늘 변함없는 깔끔하고 건강한 맛이다. 5~60대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는 걸 보면 찐 맛집인 건 맞는 것 같다.


나는 먹고 싶어도 아직은 못 먹지만 낙지 젓갈이 맛있기로 소문났는데 돌솥 누룽지에 젓갈은 거의 '주금'일 것 같다.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


주문을 하고 10여 분 이상 기다리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 내 목숨을 살려줬던 고맙고 감사한 음식. 지금도 추어탕을 즐겨 먹지만 직장 근처로 장소는 옮겨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당시 혼밥의 추억에 잠시 마음이 아련해졌다.


강동 할머니 추어탕집 소개


위치 : 강동구 명일동 한영외고 맞은편, 강동경희대 병원에서 도보 7~8분, 5호선 고덕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주차 : 가장 단점. 많은 손님에 비해 주차공간 협소(10여면). 주차 어려움. 대중교통 추천


가격 : 추어탕(돌솥밥) 12,000원


맛·재료 : 그날그날 직접 간 국내산 미꾸라지와 시래기. 건강하고 담백한 맛.


추어탕 마니아분들께 강추드린다(포장을 하면 추어탕이 거의 2인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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