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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ugae일공오 May 19. 2022

인정중독자


 사람들의 '자신이 속해 있는 커리어나 단순 관심 있는 분야 등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어느 정도일까.

그 욕구를 1~10으로 수치화 시킨다면, 나의 인정욕구 수치는 8~9 정도.

물론, 모든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어 할 만큼 오만한 인간은 아니다. 

내가 관심 있는 취미 정도의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직장동료의 뛰어난 성과를 목도하게 되는 순간엔, 나도 그와 비슷한, 아니 그 이상의 성과를 내고 싶어 몸이 달아오른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더 좋은 성과를, 더 많은 인정을!'


이런 생각에 꽂히는 날이면 갑자기 나 자신이 나태하고 게으르고 밥만 축내며 청소도 안 하는 더러운 미물처럼 느껴져 갑작스레 갖가지 활동을 일상에 추가한다. 그러곤 상상 속의 내 멱살을 드잡고 '어서 하란 말이야! 어서! 이렇게 살다간 죽도 밥도 안되어버려!'라고 구슬프게 외치며 앞뒤로 마구 흔들고는 스스로를 조급의 절벽으로 내밀고 만다.


그 와중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경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경쟁이란 단어 자체만으로도 극심한 피로도가 쌓인다. 

나는 각자의 속도를 가지고,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좋다.

같은 시간 내에 누구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신과 체력을 마구 쥐어짜내는 것은 내겐 쉬지 않고 60분 동안 전력질주하는 것과 같은 피로감을 준다. 그 후엔 또 서로 비교하며, 누가 잘했네, 누가 못했네, 하는 과정들 자체가 개인의 노력을 경시하는 듯 기분이 듦과 동시에 어쩐지 뇌세포가 다 말라비틀어지는 것 같다.

그럼, 경쟁심이 아니라면 나의 평정심을 이토록 뒤흔드는 감정의 원천은 무엇일까?


오히려 질투에 가까울까? 두 가지의 상황이 있다.


먼저, 정말로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어 인정을 받는 동료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왜 난 저렇게 생각을 못 했지? 내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자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하지만 이 소용돌이는 잘만 타면 나를 구름 위로 데려다주기 때문에 은근히 즐기는 종류이다. 그리고 내가 그만큼 행동으로 무언가를 실천하여 또 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내려앉았던 기분도 금세 회복한다. 질투라면 질투지만 그 사람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는 순수한 질투랄까.


두 번째는, 사내 정치를 잘해 인정을 받는 동료를 볼 때의 나의 감정이다.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거부감이다. 근데 나는 사내 정치에 활용되는 그 사람의 능력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대할 때,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 모두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란,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쩐지 온전히 업무적 능력으로 인한 성과가 아닌 다른 부수적인 것들로 가산점을 받아 그 성과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퇴근 후 침대에 누워 '그게 그렇게 인정받을 만한 일인가?'하고 의구심의 늪에 빠져 한동안 잠을 못 이루는 것이다. 심지어, 대인 능력에 관해선 나의 개인적 노력으로는 안과 밖으로 성과를 크게 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부정적 감정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또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부적 감정에 빠져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내 몸은 뚝딱거리며 모방하려고는 하지만 완전체가 될 수는 없어! 그런데 내가 이렇게까지 과장된 행동을 하며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걸까?'라며 나 자신에게 거북한 감정까지 든다.


 혼란 속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리는 데, 누구 하나 구명조끼를 던져주지 않는 그런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에 빠져있다 보면, '그래, 다 때려치우고, 남의 인정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그냥 내 스스로나 나를 제일 인정해 주자!'하고 급작스레 긍정 회로를 돌리고는 모든 생각을 저 바닥에 파묻어버린다. 하지만 다음날의 나는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아, 도대체 스스로를 옥죄는 이 굴레는 어찌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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