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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ugae일공오 Jul 01. 2021

이면의 A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은 한순간인가 보다. 남도 나에게 그렇겠지만.

나는 A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알고 지내는 동안에도 A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본인이 평소에 말하는 가치관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하지만 A에게서 정반대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었다. 우연을 가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A는 내가 평소에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런 류의 사람들과 영혼의 단짝인 것처럼 어울렸다.

물론 그것은 A가 가진 특성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봐왔던 A의 모습에선 그런 특성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A만을 탓할 수는 없다. 왜냐면 나 또한 그럴 테니까.


나조차도 어떤 집단에선 내보이는 특성을, 다른 집단에서는 아예 원래 없던 것 마냥 감출때도 있다. 물론, 그 두 집단이 섞일 일이 없다는 암묵적 믿음과 집단마다 내뿜는 특유의 분위기에 나를 맞추는 것이라는 합리화 아닌 합리화가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집단에서 완연하게 다른 A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A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배신감과 실망감이 들었다.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특성을 내뿜고 있다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조용히 마음의 문을 닫는 것뿐일까. 왜냐하면 그것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너무 포용력이 없는 사람인 걸까. 나 또한 가지고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용납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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