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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ugae일공오 Jun 04. 2021

E영화관에서의 단상


나는 A열 5번에 앉았다.

그 영화관은 너무나 작아서 A열에 앉아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나는 중앙이 좋다.

영화관이 내 것 같았다. 내 앞과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리저리 몸을 기대며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웃음이 나면 웃고, 눈물이 나면 그냥 흘려보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 좋은 것은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단 거다.

다른 상황과 방식이지만 나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영화 속에서만 있을 거라며 생각했던 일들은 내게 과거가 되었다.


가끔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난 아마 주인공에게만 집중할 것 같다. 주변 인물들에게 입체적 생명을 줄 수 있을까?

그러기엔 나는 너무 한 가지에만 몰입한다.


너는 E열 1번에 앉았다.

너는 나와 다르게 뒷자리와 가장자리를 선호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좋다고 한다.

'나는 A열 5번에 앉을래. 거기로 예매해줘.'

너는 무심히 그러라고 한다. 나는 너의 그런 무심함이 좋다. 그 무심함은 내게 어떤 무한한 애정이나 정감은 주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선택해도 그러라고 해줄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너와 내가 이렇게 달라도 상관이 없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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