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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r 31. 2016

못(Mot) - 재의 기술

우울하되 우울에 사로잡히지 않는 마음, 혹은 그런 음악이다.


이 음반을 글감으로 선정하고 나서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는 것. 곡의 박자가 어떻고, 조성이 어떻고 하는 것은 내 역량으로는 어려울 뿐 아니라 이미 구체적인 소개글까지 밴드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궁금한 분은 네이버 뮤직으로). 때문에 구체적인 분석보다는 청자로서 느꼈던 전반적인 인상에 대해 써내려 갈까 한다. 

못(Mot)만큼 우리네 젊은이들을 관통하고 있는 우울을 읽어내는 음악가도 드물 것이다. 못의 우울은 지난 1집 <Non-Linear>, 2집 <이상한 계절>, 보컬 이이언의 솔로 음반을 통해 때로는 록, 때로는 재즈, 때로는 일렉트로니카의 옷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발현이 되어왔다. 심지어는 이형(異形)의 옷가지가 하나의 곡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반면 3집 <재의 기술>은 세션이었던 악기 연주자들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이면서 보다 밴드 사운드에 집중한 모습을 보인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전자음보다는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이라는 보편적인 밴드 악기가 음표를 채워간다. 그러한 이유에서 일까, 9번째 곡 ‘Trivia’에 나타나는 동전, 나무상자 등 다양한 일상 소품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재밌는 시도로 느껴진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못의 핵심 주제인 우울이 결코 갑작스레 나타나 마음을 휩쓰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란 사실이다. 보편적인 환희,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이 개인에게 찾아온 어떤 사건으로 인해 파도처럼 밀려와 이성을 침식해 간다면 못의 우울은 철저하게 ‘설계된 우울’이다. 계획되고 설계된 우울은 밴드 구성원에 의해 변박(‘당신의 절망을 바라는 나에게’), 음의 중첩(‘Two Bass Waltz’) 등의 기법으로 차분한 어조의 우울감을 선사한다. 재의 기술(-技術/Ashcraft)이라는 제목과도 상통하는 지점이다. 

보컬 이이언이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좋은 가사는 이미 음악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다.” 가사에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자아도취에 빠진 문학 소년의 감성 같았던 지난 음반들의 가사와 비교했을 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 것이 눈에 띈다(그렇다고 지금이 쉬운 가사라는 건 아니다). 그 명확한 가사는 청자로 하여금 보다 깊은 이입을 가능하게 한다. 소리부터 언어까지, 영민한 작가의 영민한 노력이 돋보인다. 

‘나쁘지 않았어/난 그게 좋았어(‘헛되었어’)’. 하고자 하는 말은 여기에 모두 담겨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울하되 우울에 사로잡히지 않는 마음, 혹은 그런 음악이다.


음악가 : 못(Mot)

음반 : 재의 기술

발매일 : 2016.02.18.

수록곡      

1. 헛되었어

2. 당신의 절망을 바라는 나에게

3. 잠들어 걷다

4.Perfect Dream

5. 재와 연기의 노래

6.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7.Merry-Go-Round

8. 지난 일요일을 위한 발라드

9.Trivia

10. 편히

11.Two Bass Wa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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