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바다 - 밤새, 안녕히
후식용 알사탕 같은 음악이다.
(음식점 카운터에서 주워먹을 수 있는 후식용) 알사탕 같은 음악이다. 먹을 때만큼은 좋지만, 다 먹고 나면 생각 도 안 난다. 여운이나 아쉬움이 전혀 안 느껴진다. 금방 잊힌다. 이 앨범을 처음 완주하고 헤드폰을 내려놓았을 때, ‘안녕바다네’가 내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감상평이었다. 안녕바다는 항상 그래 왔듯이, 정규 4집 <밤새, 안녕히>에서도 모던 락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안녕바다스러운 음악을 선보인다.
<밤새, 안녕히>의 주된 테마는 슬픔이다. 알 수 없는 당신에 대한 슬픔. 이별에 대한 슬픔. 쳇바퀴 인생에 대한 슬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 애완용 물고기에 대한 슬픔(진짜다. 11번 트랙 ‘물고기). 중간에 살짝 생뚱맞게 느껴지는 업템포 기타 락 ‘껍질’과 ‘파리’ 두 곡을 제외하고는 앨범은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가사는 매우 직설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슬픈지, 고통스러운지를 표현하는 쪽으로 썼다. 안타깝게도 큰 감흥은 없었다. ‘나 우울해’라고 앨범 내내 얘기를 하지만, 직설적이면서 별 다른 특징 없는 가사는 공감을 사기엔 부족했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자신의 감정상태를 말하는 것 이외에 발전하는 느낌도 없다.
지극히 평범한 앨범에서 그나마 칭찬해주고 싶은 건 나무(메인보컬)의 보컬 퍼포먼스다. 본인 특유의 마지막 음을 가성으로 올리는 스타일의 창법을 통해 이미 슬픈 멜로디에 애절함을 더 한다. 나무는 이 앨범에서 정말 다양한 음색을 보여주는데, 목소리에 힘을 빼고 부를 때는 정말 실연당한 사람같이 느껴지고, 지를 때는 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음색이 변한다. 특히 9번 트랙 ‘파리’에서는 마치 국카스텐의 하현우를 연상케 하는 보컬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곡 자체도 국카스텐 느낌이 풍긴다). 왜 사람들이 안녕바다를 좋아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감동이 없다. 마치 이전 수백 번은 들어본 것만 같은,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앨범 중 하나일 뿐이다. ‘나 슬퍼요’하고 외치지만 내 머리 속엔 ‘그래서?’라는 생각밖에 안 떠오른다. 흔한 가사, 흔한 멜로디, 교과서적인 곡 구성. 이런 음악은 카페 BGM 정도로 느껴진다. 별생각 없이 커피 마시면서 듣다가 다음 순간 잊어버리는, 그런 음악이다. 나는 내 가슴을 후벼 파고 피를 들끓게 하는 음악을 듣고 싶지 단순 잘 연주되고 녹음된, 또 다른 모던 락 앨범은 찾아 듣고 싶지 않다. 카페 주인은 좋아할지도.
아티스트 : 안녕바다
음반 : 밤새, 안녕히
발매일 : 2016.3.23
길이 : 42:45
수록곡
1. 여행
2. 왈칵
3. 그곳에 있어줘
4. 좁은 방 안에서
5. 밤새, 안녕히
6. 첫 눈
7. 인공위성
8. 껍질
9. 파리
10. 당신이 잠든 사이
11. 물고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