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 장범준 2집
딱 기대한 만큼의 그런 음반
흙수저도 금수저도 아닌, 벚꽃 수저란 우스갯소리를 탄생시킨 장범준의 두 번째 음반이다. 그리고 음악가 장범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음반이기도 하다. 한계란 크게 두 가지다. 흡인력 있는 선율의 부재, 그리고 부실한 사운드 메이킹. 15곡이라는 알찬 구성에도 불구하고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이러한 한계점은 명확해지기만 한다.
음반은 크게 두 가지 색을 띤다. 기존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으로 익숙한 장범준 표 통기타 발라드가 주를 이루는 CD 1. 애초에 언플러그드라는 제목이 달려 있는 만큼 통기타를 중심으로 듣기 편한 선율이 주를 이룬다. 6곡이라는 비교적 짧은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듣기에 그다지 불편하진 않다. 음악가 장범준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와 결과물이 합치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부르기 편하고 듣기 편한 고백 송들이다. 기타, 첼로, 피아노가 빚어내는 부드러운 선율이 듣기 편하다.
문제는 장범준 트리오라는 제목이 달린 CD 2부터 발생한다. 첫 곡인 ‘사랑에 빠져요(금세 사랑에 빠지는)’는 일렉트릭 기타를 포함한 밴드 구성이 전면에 나서면서 밴드 구성이 CD 2의 주를 이루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런데 밴드 구성에 너무 순수하게 의지하려 했던 탓일까. 3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특별한 변주는 없다. 보컬은 같은 가사, 같은 선율을 노래한다. 기타가 연주하는 리프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 밴드가 합을 맞춤으로써 오는 쾌감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연주 하기에 바쁘다. 적어도 보컬이 부르는 주(主) 선율에 화음을 쌓거나 코러스를 넣었다면 훨씬 다채로운 구성으로 CD 1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이 이어진다. 자기 연주하기 바쁜 악기들 사이에서 ‘장범준 트리오만의 매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 음량이 올라간 장범준 노래’가 있을 뿐이다. 개별 곡의 선율이 뛰어났다면 이런 문제가 도드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사실 개별 곡의 선율은 일정 수준 이상은 도달한 상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리는 장범준의 음색은 어중간한 선율의 색을 흐리게 만드는데 특히 ‘울랄라’가 그렇다. 거기에 어떤 곡에서건 ‘하아아아’ 혹은 ‘워오오오’로 귀결되니 안 봐도 비디오일 수밖에. 오죽하면 장범준 본인이 자기복제란 말을 했겠는가(본인은 농담이었을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장범준이 의도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는 것이다. CD 1 ‘언플러그드’, CD 2 ‘장범준 트리오’로 구성된 음반은 수록곡을 묶어 놓는 것이 하나의 이야기 혹은 테마(그의 음악에선 주로 ‘사랑’이었다)가 아니라 작업의 과정임을 시사한다. 즉 일반적으로 음반의 정서를 형성하는 사랑, 슬픔, 미움, 분노 등이 아니라 ‘통기타로 연주했는가’, ‘밴드가 연주했는가’ 정도가 개별곡을 한 울타리 안에 묶어 놓는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이 이 음반을 ‘메시지도 없고 어정쩡한 음반’ 보다는 ‘딱 기대한 만큼의 그런 음반’의 지위를 획득하게 한다. 미리 자기변명의 여지를 남겨놓았다고나 할까.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 간에 그의 연금은 쌓여만 갈 테지만.
아티스트 : 장범준
음반 : 장범준 2집
길이 : 49:43
수록곡
CD 1 - 언플러그드
1. 사랑에 빠졌죠(당신만이)*
2. 그녀가 웃었죠
3. 떠나야만 해
4. 빗속으로
5. 봄비
6. 그녀가 곁에 없다면(결혼 행진곡을 활용한 신곡)
CD 2 - 장범준 트리오
1. 사랑에 빠져요(금세 사랑에 빠지는)*
2. 애태우는 여자
3. 홍대와 건대 사이*
4. 자장가를 활용한 신곡
5. 키스
6. 귀여운 여자
7. 울랄라
8. 담배
9. 밤을 지워가네
*추천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