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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Apr 06. 2016

A Better Place (to Hip&to Hop)

힙합을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겐 참 좋은 세상이 왔다.


힙합을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겐 참 좋은 세상이 왔다. “쿵 딱 쿵쿵 딱” 의 드럼 소리 위에 랩을 하던 붐뱁 시대에서부터 Dj Mustard로 더욱 확고해진 래칫(Rachet) 장르, 그리고 요새 한국 대중가요에도 들리는 트랩(Trap)까지 어느새 힙합은 서브컬처(sub-culture)라는 인식 보단 음악 아티스트들이 꼭 다뤄야 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모든 분야에서 정통과 최신 유행 사이의 갈등이 존재해왔듯이 힙합에도 이 둘의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고 있다. 정통 힙합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붐뱁, 그리고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트랩 장르... 이 둘의 ‘밀당’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 중이다.


붐뱁(Boom Bap)이란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에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유행한 힙합의 장르이다. “쿵 딱 쿵쿵 딱” 의 드럼 소리를 4분의 4박자의 정박에 맞춘 비트로 보면 쉽다. 90년대 활동한 유명 래퍼 KRS-One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붐뱁은 최소한의 악기들을 사용해 최대한의 리드믹한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간결한 비트와 악기 위에 래퍼들의 가사와 플로우(flow)가 최대한 돋보이는 것이 가능한 장르다. 붐뱁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90년대 초반에 미국 내 최초의 힙합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Jay-Z, Nas부터 더 나아가 Wu-tang Clan, 2 Pac, Notorious B.I.G. 모두 붐뱁으로 힙합 붐을 이끈 대표적인 래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붐뱁은 미국 힙합의 흐름을 이끈 선두주자이자 아버지 같은 느낌이 강하다.                

wu-tang clan - cream
dj khaled - hip hop


붐뱁이 클래식이라면 지금부터 설명할 트랩은 최신 유행가와도 같다. 4분의 4박자에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하는 붐뱁과는 달리, 트랩(trap)은 808 베이스에 여러 다른 음원들을 입히는 경우가 잦다. 일렉트로 음악에서 파생된 장르인 만큼 전자음들이 많이 사용되며 이런 것들이 모여 정박을 이루기보단 갖가지 엇박을 형성한다. 미국 내에서 트랩은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새 장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 내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됐다. 필자는 그 시작을 일리어네어 레코즈의 ‘연결고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일리어네어는 그 전부터 미국식 트랩을 만들기도 했지만 연결고리라는 이 곡 하나로 트랩을 국내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일리네어레코드 - 연결고리
O.T. Genesis- CoCo

이렇게 보면 붐뱁과 트랩은 그저 힙합 내의 각기 다른 장르로 볼 수 있겠다. 지금도 둘 다 힙합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아직 이 두 장르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힙합 씬(scene)에서는 이 둘 사이의 갈등이 조금 더 ‘갈등적’으로 나타난다. 대중들에게는 그저 취향의 차이이겠지만 소수의 래퍼들에겐 힙합이냐 아니냐의 문제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4분의 4박자의 정해진 틀에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하여 만든 비트, 그리고 이 위에 개성 있는 랩을 하는 것이 힙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와 같이 공연을 하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붐뱁은 심플한 비트이고 4분의 4박자 정박이기 때문에 자신의 랩을 디자인하기 용이하다. 반면 트랩은 여러 엇박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틀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위에서 하게 되는 랩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요새 떠도는 영상이 있는데 미국 힙합의 거장 스눕독(Snoop Dogg)의 트랩 래퍼들을 향한 비판 영상이다. 영상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트랩에서 자주 보이는 랩 스타일(허더더 허더더 허더더 다~)은 실제 많은 래퍼들이 사용하고 있는 일명 “트랩 플로우(Trap Flow)”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생각을 남들과 다르게 비트 위에 표현해야 하는 것이 힙합 음악이라면 이 랩 방식은 힙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래퍼 Snoop Dogg의 일침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내에서의 트랩 음악은 붐뱁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장르화가 진행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한국 힙합 트렌드가 몇 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흐름이 한국에도 들어와 어느새 트랩은 래퍼들에게 필수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트랩이라는 장르만을 고집하고 미국 본토의 부름을 받은 경우도 있다. 국내 래퍼 팔로알토(Paloalto)가 이끄는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의 키스 에이프(Keith Ape)는 “잊지 마”라는 곡으로 미국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현재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도 트랩이라는 장르가 발전하는 추세 속에서도 몇몇 래퍼들은 붐뱁을 취급하며 최고의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MIKIT RAIN 소속의 나플라(NAFLA)가 그 대표적인 예다.

Keith Ape - It G Ma
Nafla - Wu


그렇다면 “키스 에이프와 나플라가 한 장르만을 고집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 키스 에이프의 믹스테입(mix-tape)들과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붐뱁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래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나플라도 인기를 끈 곡들이 붐뱁일 뿐 트랩 곡 위에 랩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래퍼들에게 붐뱁과 트랩을 다룰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정통 힙합과 최신 트렌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지”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힙합을 듣는 대중들도 이젠 하나의 스타일보단 여러 옷을 입는 카멜레온 같은 래퍼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트랩 래퍼들을 익살스럽게 조롱한 스눕독 본인 또한 트랩 비트 위에 랩을 하기도 한 만큼 현재 힙합씬에서는 한 장르만으로 성공하긴 힘든 상황이다. 필자처럼 붐뱁과 트랩을 둘 다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겐 참 좋은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한 장르만 고집하는 리스너라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곡을 골라 들으면 그만이다. 래퍼들에게는 모든 힙합 장르를 다뤄야만 하는 고민이 생긴 셈이지만 힙합을 좋아하는 대중들에겐 다시 한 번 말해 “참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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