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MUGAE MUS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개 뮤직 Apr 07. 2016

딘(DEAN) - 130 mood: TRBL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흑인음악을 디깅하지 않는 대중음악 팬들에게도 실시간 TOP 100 차트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이름이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코, 도끼, 개코 등의 래퍼 등에 업혀서 차트에 한곡씩 불쑥 올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봤을 때 비슷한 느낌의 보도자료와 인터뷰가 너무 많아 기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첫 EP앨범 <130 mood: TRBL>를 플레이하는 동안 딘(DEAN)은 그들에게 한 번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은 채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사운드보다 내용 구성의 측면을 먼저 언급할 만큼 그의 세심함이 놀랍다. 앨범 단위의 유의미한 결과물이 사라져가고 있는 음원 스트리밍 구조에서 굉장히 세심한 구성과 장치를 통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딘의 앨범은 다가올 그의 결과물들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첫 제목(어때 (Outro))에서 명시해놨듯 전체적인 내용을 서사적 역순으로 구성했다. 갖고 싶은 매력적인 여자를 만나 마음 설레다(21) - 관계가 발전하고 주고받은 뜨거운 섹스(I Love It) - 헤어진 후 느끼는 그녀의 빈자리와 남은 상처(D, What2 do) - 헤어질 때쯤 그녀에게 느꼈던 찜찜한 감정(Bonnie & Clyde) - 헤어지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한 상처를 잊기 위한 밤(풀어) - 이별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걸려온 그녀의 전화로 일어난 마음속 균열(어때)을 거꾸로 거슬러가는 방식으로 구성해 앨범을 반복해서 들어볼수록 감정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하지만 감정상의 흐름으로 보면 이별의 짙은 슬픔을 느낀 후 상대의 빈자리에 대한 공허감을 느끼는 순으로 “What2 do”와 “D”의 순서를 바꾸거나 혹은 이별의 불안감을 느낀 후 이별을 경험하는 순으로 “D” 다음에 “Bonnie & Clyde”를 배치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도끼는 최근 몇 차례의 피처링에서 보여주었듯 별 감흥 없이 비슷한 라이밍을 구사했다. “풀어”에서의 지코의 랩이 화자의 복잡 미묘한 감정의 결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한 원나잇의 짜릿함만을 건드린다는 점, ‘곤충채집으로 못 갖는 잠자리’와 같은 단순한 워드 플레이가 거슬리는 부분들이 아쉽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장르적인 호감이 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준다. 미국 흑인음악 씬의 트렌디한 사운드인 PBR&B를 바탕으로 뛰어난 훅 메이킹과 가창으로 귀를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 “어때”는 한 곡안에서 브레이크를 넣는 변주로 감정 전환을 꾀하는 익숙한 구성이지만 곡 앞뒤 배치한 사소한 장치로 앨범을 여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풀어”에서는 쪼개진 트랩비트의 하이햇이 갈길 잃은 듯한 화자의 감정도 쪼개 주며, 보컬으로서 완급조절 능력이 잘 드러나는 “Bonnie & Clyde”에서는 최근 트렌드와 맞닿는 랩 싱잉을 무리 없이 구사한다. 정석적인 비트 위에 깔끔한 피아노 라인을 얹은 “D”에서는 누자베스의 아련함도 살짝 느껴지지만, 그러기엔 딘의 보컬과 만듦새가 너무 트렌디하다. 속도감 조절이 좋은 “21”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피처링의 중량감 때문인지 사운드적 이질감이 큰 “What2 do”를 포기하지 않고 넣은 것은 아쉽다. 싱글로 발표되었을 때는 듣기 편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제프 버넷이 주는 기시감이 너무 크고 심하게 말하면 지겹다. 


앨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매우 높다. 유니버설과 계약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작업하고 활동한다. 얼굴도 잘생기고 곡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한다. 좀 짜증 나지만, 크러쉬, 자이언티 등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주자들을 잇는 새로운 신인의 등장이 반갑다. 130 mood는 시리즈로 계획되었다고 하니, 관심이 생긴 이상 그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들을 기대를 갖고 지켜볼 수밖에.



아티스트 : 딘(DEAN)

음반 : 130 mood: TRBL

발매일 : 2016. 03. 24

길이 : 24:04

1. 어때 (Outro)

2. 풀어 (Pour Up) (feat. Zico)

3. Bonnie & Clyde *

4. What2 do (feat. Crush, Jeff Bernat)

5. D (Half Moon) (feat. 개코) *

6. I Love It (feat. Dok2)

7. 21 

* 추천곡        

[네이버 온스테이지 “D (Half Moon) (feat. 개코)”]
[“Bonnie & Clyde“ MV]
매거진의 이전글 A Better Place (to Hip&to Hop)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